(부제: 엿먹어라, 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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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어(Spore)의 한정판이 지난 23일 예약 구매를 받기 시작했다. 같은 북미판 한정판 가격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공개가 되었고, 지난 6월 스포어 크리처 생성기(Spore Creature Creator, SCC)를 구매한 나 같은 사람들은 그들(EA Korea, EAK)이 SCC를 팔면서 했던 "스포어가 출시되면 10%를 할인해준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을뿐 아니라 한정판의 발매 가격을 보면서 "얼마나 할인 해주려나" 기대를 했더랬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한정판의 예약 판매가 굉장히 조용한 가운데 시작되었다는 거다. (심지어 언론들에 보도 자료조차 돌리지 않은 것 같다.) 스포어를 기대하며 SCC를 구매했던 사람들은 이 희소식을 공식 사이트를 통해 듣게된 것도 아니고,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들을 보고서야 한정판의 판매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거나 주변인들로부터 '스포어 한정판 팔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다. 이 때부터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나는 EA US에서 스포어 예약 구매를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즉시 EAK로 달려갔지만 여전히 SCC만 팔고 있다는게 의아해서 EAK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북미에서는 벌써 예약 구매를 시작했던데 한국에서는 언제 예약을 받는 거냐. 할인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건가"하는 내용이었다.

10분 만에 날아온 EA Support의 답장은 솔직히 좀 의외였다. '패키지 한정판은 23일부터 예약을 받을 것이고, 공식 발매는 9월 7일이다. 디지털 다운로드는 11월 7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SCC 구매 할인은 디지털 다운로드에만 해당된다'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 듣고 일단 이 상황에 대한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이렇다.

1. 패키지가 워낙 안팔리는 시장이니까, 일단 한정판을 출시해서 간을 보고 이게 많이 팔리면 보자
2. 패키지도 안팔리는데 다운로드 판매까지 해버리면, 가특이나 적은 패키지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니, 두 달 정도 텀을 두고 출시하겠다.
3. SCC를 다운로드 판매로 팔았고, 할인을 하기 위해 구매자를 검증할 방법이 여의치 않으니, 다운로드 판매에만 할인을 해주겠다.

일단 첫째로, 1과 2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다만 다운로드 판매 시장이 현재로써는 패키지 시장에 비해 매우 빈약할지 모르지만 스팀의 사례를 볼 때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운로드 판매에 공을 들여 씨를 뿌려놓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것.

둘째로 3번은 EA에서 온라인 고객 관리를 하고 있으니 이를 통해서 온라인 주문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해결될 것임에도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엔 또 다른 배경 시나리오가 있는 걸로 예상된다. 어쩌면 EA의 다운로드 판매가 EAK와 독립적인 조직이고, 이들이 서로 나름의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대기업들의 경우 자주 있는 부서간 경쟁적-배타적 사업 운영일 수 있다는 소리다. 즉 다운로드 판매를 아무리 해봐야 (구매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EAK에서 판매할 수량이 감소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예방적 차원'에서 혹은 '방어적 차원'에서 다운로드 판매를 두 달 뒤에 시작하는 거다. (패키지 판매의 약빨이 떨어질 때 즈음해서 다운로드 판매를 열겠다는 소리.)

그래서 EA AUS(호주)도 가봤다. 역시나 여기도 다운로드 판매가 현재 걸려있지 않다. 이 설이 나름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는 거.

돌아보면 지난 SCC를 판매할 때도 사실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전세계 천만 카피 이상을 기대할만한 대작의 티저(teaser)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라인에서는 매우 조용했던 걸 생각해보면 이 해석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다. 광고를 해봐야 남의 입에 떡 넣어주는 격이니 목숨 걸고 마케팅을 할 이유가 없던게다. (뭐 어쩌면 '마케팅 안해도 어차피 킬러 타이틀'이라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EAK의 스포어 제품 담당자(Product Manager, PM)는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사실이던 아니던 SCC를 구매하며 할인 정책을 믿었던 구매자들은 뭐가 되는 것인가. 그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건가.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는가. 전세계 동시 발매 타이틀에 두 달이나 늦게 플레이를 하라는 소리?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EAK에 엿이나 먹으라는 생각으로 북미에서 직접 다운로드 구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광역효과(Mass Effect)를 구매할 때 사용했던 방법을 쓰면 (아직 막히지만 않았다면) 북미에서 직접 구매하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이놈의 한정판 가격이 너무 매력적인 거다. 미친게 아니고서야, 북미에서 80달러에 판매하는 한정판을 50불 가격에 내어 놓는게 말이 되는건가 말이다. 북미 일반판 구매를 보던 중 뒤집어진 사실은, 일반판이 50달러라는 거다. 북미판 일반판 50달러를 최근 환율로 대충 계산하면 5만 5천 원 수준. 국내 한정판은 이것보다도 싸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난 한정판을 예약 구매 하기로 했고, 주문을 넣었다. SCC의 할인 정책 부도 수표를 손에 쥐고 울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적색경보(Red Alert)3의 병신 같은 상황이나 이런 덜떨어진 마케팅 정책들을 보고 있자면, 'EAK가 예전에는 안이랬는데'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줏어 먹는 인간들이 게임 업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물이 많이 흐려진 결과라고 보면 되는 건가.

  • 정신 안챙기냐, EAK 시밤바들아!
  • 나 절대 할인 안해줘서 삐친 거 아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