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스크래프트(CorpseCraft)
리뷰 2008/08/24 05:412007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될 뻔했던 게임으로 퍼즐퀘스트가 있었다. 비주얼드라는 퍼즐 게임의 룰과 RPG를 혼합해서 만든 게임이었는데, 퍼즐로서의 완성도도 훌륭했을뿐 아니라 RPG로 본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캐주얼의 대표격인 비주얼드의 룰을 하드코어의 대표적인 게임성인 RPG와 혼합했다는 면에서도 대단한 것이기도 했고.
콥스크래프트는 이런 식의 시도로 새롭게 주목된 게임으로, 코스티키얀이 Play This Thing!이라는 자신의 팀블로그에 소개를 해서 나도 관심을 갖게 되엇다. (물론 꽤 오래 전에 올라왔지만...)
기본적으로 시체크래프트는 초붕괴(Super Collapse!)라고 2000년쯤에 유행했던 게임을 모태로 하고 있다. 같은 색의 블록들이 뭉쳐서 쏟아져내리고 이를 클릭하면 한 가지 색깔씩 뭉텅이로 사라지고 다시 쏟아지고 하는 게임으로 PDA 등의 터치 방식 플랫폼들에서 굉장히 인기를 끌었더랬다. 터치 혹은 클릭 방식에 아주 적합한 방식이었지만 인기가 별로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는데, 이 게임은 시간이 갈수록 비주얼드 만큼 변화가 다양하지를 못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콥스크래프트는 이 ‘지루함’을 극복할 요소를 퍼즐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운 게임성을 가져오는 것으로 해결했다. 바로 RTS를 합쳐버린 거다. 퍼즐의 결과가 자원으로 활용되고 이를 통해서 유닛을 소환해 유닛들로 대리전을 치르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서 퍼즐을 하느라 바쁜 플레이어가 전략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 유그래닛들을 컨트롤할 수는 없게 됐다. 컨트롤을 포기하고 생산만 해 놓으면 알아서 전방 앞으로 달려나가는 방식의 전투.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나왔던 모바일크래프트가 이와 비슷한 방식이기도 하다.
게임성의 완성을 위해서 전략성을 적절히 포기하겠다는 과감한 선택일 뿐 아니라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만약 자원 모으기(퍼즐)와 유닛 생산/관리와 전략적인 유닛 컨트롤의 세 가지를 모두 관리해야 했다면 이 게임은 그냥 그저 그런 괴작 전략 게임이 됐겠지만, 이 과감한 포기로 이 게임은 훌륭한 마스터피스에 다가서게 된 거다.
여기에 낮/밤의 변화는, 시체들이라는 컨셉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낮이 되면 유닛들이 전부 녹아 없어진다) 게임을 좀 더 전략적인 페이즈(phase)로 나누게 된다. 한참 유닛 숫자에서 밀리던 상황도 어떻게던 새벽까지만 버티면 모든 유닛이 사라지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전략적인 변화를 구성할 수 있기도 하니까.
사실 이 게임의 백미는 이런 게임성의 훌륭한 조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게임의 사운드에 있다. 좀비들과 시체 조각들을 꿰메어 만든듯한 유닛들이 소환되거나 달려나가 싸우다 죽는 그 순간이나 나오는 사운드들, 그리고 묘하게 음침한 느낌으로 흘러나오는 팀버튼 냄새가 나는 배경 음악이다.
이런 분위기에 스타크래프트에서 인용한 -크래프트라는 제목이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져서 시체(corpse)들을 조합해 만든 도구(-craft)라는 뜻이 어울려지니 말하자면 삼위일체도 아닌 사위일체가 돼서 훌륭한 맛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Play This Thing의 어떤 댓글처럼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해야한다. 이 게임의 디자이너는 마스터피스를 만들었으니까. 오랜 개발 기간 동안의 고생이 있었겠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뒤 행복한 단잠을 잤을게다. 물론 이걸로 떼돈을 벌 수 없었겠지만.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