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전쟁)이 끝나면서 유럽에서는 나치 정권이 사용했던 갈고리 십자가(Hakenkreuz,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게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서상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게임들이 나치 독일을 묘사할 때는 이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철십자(Iron Cross)라고 부르는 모양으로 변경하거나 독일 공군이 전투기에 붙이던 국가 표시 등으로 사용한다. 어떤 게임을 해봐도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즉, 유럽으로 출시될 게임들은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변형된 모양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아시아에서는 같은 2차 대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비슷한 정서는 있음에도,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UN에 똑같이 패전국 지위 - UN 가입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게 될 경우 무조건 UN의 적국으로 규정 - 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이런 규제는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간혹 잊을만하면 북미나 유럽의 게임 개발사들이 아시아를 시장으로 배제할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동아공영을 외치던 제국주의 일본을 게임의 한 요소로 놓고 욱일승천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적색경보3도 이런 사건들 중의 하나인 것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아주 간단하게 게임 혹은 미디어 관련 정부 부처 - 문광부던 정통부던, 바뀐 어떤 이름의 부처던 - 에서 '욱일승천기를 표시한 미디어는 국내에 출시할 수 없다'고 정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쉽지 않다. 간간히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이명박은 일본 태생이라 친일적이라는 것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 정세에서, 독도도 못지키고 넘겨줘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 대일 정책의 정부가 과연 '욱일승천기를 표시한 미디어 금지'를 표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일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단지 정치적인 문제들 뿐만이 아니라 온갖 우리 주변의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다.

그래서, 나는 적색경보3의 국내 출시에 대해 위와 같은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한다. 더불어 EA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와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해명이 없다면, 그 기대해 마지않는 스포어(Spore)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할 용의도 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