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즈 게임평론 공모전에 유감
컬럼 2008/07/12 03:47더게임즈라는 국내의 한 게임 매체에서 지난 5월 말엔가 평론 공모전을 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평론이라면 적어도 일본의 '게임비평'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글들이라고 생각해서 쉽사리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며칠 전 그 공모전의 수상작이라는 것이 발표되어 어떤 글이 입선인가 하고 봤다.
아마도 대상작이 없어서 가작 입상을 하나 뽑고는 그걸 발표한듯하다. 이 수상작이라는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정도 글은 학교에서 내 학생들이 제출하는 레포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만약 내 과제였다면 이 레포트의 평가는 C 이하로 나갔을 졸문이다. 심하게 겉멋으로 호이징하와 까이와를 들먹이며 게임과 놀이론을 펴고 있지만 이는 겉이나 제대로 핥고 있는지가 의문인데다가, 전체 글의 구성에도 두서가 없고 심지어 결론으로 보이는 문단이 여럿 나타나는 등 탈고도 제대로 되지 않은듯 보인다.
내가 보건대, 이 글은 뒤에 지도 교수가 있는 글인듯 생각된다. 지도 교수의 안내에 따라 내용을 적당히 그럴듯한 주제로 이 론, 저 론을 들먹이면서 실제 필자의 학식이나 소양보다는 겉으로 꾸며내어 쓴 글일 뿐 아니라 외국의 게임 평론이라는 걸 읽어본 적이 있는지가 오히려 의문이 드는 수준이다. 심지어, 이 글은 게임에 대한 깊은 고민 보다는 글짓기 대회의 작문에 가깝다.
문두에 언급한 '게임 비평'은 일본에서 나온 것으로 국내에 번역판이 99년인가 2000년인가 한 1년여 정도 나온 적이 있다. 단지 일본의 비평을 번역해서만 내는 게 아니라 당시 국내에서 글 좀 쓴다는, 게임 좀 안다는 사람들이 글을 싣기도 했는데, 그래서 이 책들은 거의 보물에 가깝다. 한국에서 이렇게 비평을 전문으로 한 잡지가 나오는 것은 전무후무일 뿐이 아니라 글의 수준도 훌륭해서 봐도 봐도 명문이라 요즘도 간간히 들고 다니며 옛 게임에 대한 그 비평 글들을 글쓰기 공부 차원에서 보고는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훌륭한 비평이라고 할만한 글들은 이제 블로고스피어에 있다. 게임 매체들의 리뷰나 컬럼은 이제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흘러가버린지도 오래라 진중한 무게나 냉철한 분석이 있기 보다는 업체들의 눈치나 보고 관계에나 신경쓰니 좋은 글이 나올리 만무하다. 하지만 블로고스피어의 블로거들은 후원받는 돈이 있길 하나 눈치를 볼 대상이 있기를 하나 쓰고 싶은 대로 쓰고 하고 싶은 말을 하니 오히려 좋은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온라인의 수 많은 훌륭한 비평가들을 내버리고는 몇몇 회사의 후원을 받아 광고도 없이 비평가의 등용문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마치 지방 한 작은 마을에서 '우리 마을의 지존이 무림 지존이다'라고 대회를 여는 모양인 것이다. 게다가 여기엔 꽤 거금의 상금까지 걸려 있으니 '우리는 아는 사람들끼리 상금을 돌려 먹겠소'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랴.
이 평론 공모전을 한다길래 한 온라인 매체의 기자를 하는 제자에게 링크를 보냈더니 '이런게 있었나요'라고 되물으며 '상금도 거금이네요'하는 걸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별로 이슈가 안된 모양. 평론 공모전을 한다면,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진짜'를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뽑힌 글이라면 누가 봐도 '이거 정말 명문이군'하는 말이 나오는 걸 뽑아야 하는거 아닌가 말이다.
이런데도 "이 등용문을 마련한 취지는 딱 두가지였다. 그 첫번째 이유는 게임유저들의 그 열정의 글들을 마냥 소비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이끌어 보자는 것이었다. 게임을 알고 이해하는 그들이 다름아닌 비평가이며 평론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산업과 게임을 논할 때가 됐다고 봤다. 솔직히 잔 바람에도 흩날리는 산업을 그대로 볼 수 없었고 게임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난무하는 잡설에 가설과 정설을 정립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책임감이 컸다."면서 글을 쓴 관계자인듯한 글을 보니 한숨이 밀려온다.
올해는 그나마 30편 응모작에 가작 하나라니 다음 대회에는 좀 더 많은 노력으로, 이번 처럼 졸속인듯한 느낌의 공모전이 아니라, 진정 명문을 쓰는 평론가를 뽑으면 한다. 솔직히 난 잘 쓴 게임 관련 글을 좀 보고 싶다.
- 이 졸문을 쓴 당사자의 거만한 인터뷰는 가관이다.
- 이 사람은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이' 매진해야 될 거 같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