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기사들(Knights of Honor, KOH)은 2006년도 2004년 10월(북미는 2005년 5월)에 나온 게임이다. 유로파(Eropa Universalis)가 전략 단위의 거대한 자원 관리 게임이었다면 십자군왕들(Crusader Kings)는 그보다 좀 작은 귀족들의 생존 전략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 명예의 기사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은 전략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십자군왕들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미묘하게 관점이 다르다.

게임 플레이어는 영토를 지배하는 영주가 아니라 왕이고(이건 중세 봉건 시대에서 보자면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주변 '국가'들과 협정을 맺으면서 자신의 영토를 관리한다. 여관(inn)이나 곡물 창고(granary) 같은 건물들을 지어서 영토를 부강하게 만드는 한편 병기를 생산할 공장들 - 예를 들면 아머리(armoury)나 조검창(sword smiths) 등 - 을 지어서 영토에서 생산할 수 있는 병사의 종류를 확장하고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 9명까지 자신의 궁정(court)에 기사들을 영입해서 임무를 맡겨야 한다. 기사는 단지 싸우는 역할(marshal, 장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거래를 맡아 재정 수입을 늘린다던가(merchant) 농업 생산량을 늘리거나 하는 일(landlord)들을 맡아 할 수 있고, 이 역할들을 수시로 바꾸는 게 아니라 맡을 역할을 미리 정해서 뽑게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 게임의 묘미가 있다.

이 기사들은 하나의 정해진 임무만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9명까지 운용할 수 있는 슬롯을 적절한 선에서 나눠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군들은 전쟁에서 상대 기사를 잡아오는데 이 사로잡은 기사들도 슬롯을 차지한다. 따라서 전쟁 상황이라면 적어도 2개 정도의 슬롯은 비워 두어야 사로잡은 기사로 배상금(ransom)과 바꿔 꽤 짭짤한 이익을 올릴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으로, 슬롯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슬롯 중 1~2개는 첩자(spy)를 만들어서 상대 진영에서 첩자를 발탁해 기사로 쓰도록 만들 수도 있다. 상대 궁정에 들어간 첩자는 귀족을 암살하거나 재정을 파탄나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고, 혹여 첩자가 상대의 장군으로 발탁되기라도 한다면 아군과 인접했을 때 반란을 일으키는 등의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어서 첩자의 운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첩자가 상대에게 발탁되지 않는 경우라면 내 슬롯을 잡아먹고 있게 되므로 단점도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기사들을 관리하면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중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전쟁의 수행이나 유닛의 관리에서 다소 깊이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다. 오히려 코에이의 삼국지처럼 상비병을 두고 기사들을 이리 배치했다가 저리 배치했다가 역할들을 바꾸면서 운용하도록 하는 쪽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장군들은 전투의 결과에 따라서 경험치를 얻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데, 워크래프트3의 영웅들과 같은 그런 전장의 상황을 바꿀 만큼 큰 효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6개의 기술 슬롯을 모두 3단계까지 마스터한 최고급 장군이더라도 한 번의 전투에 어이 없이 죽는 일이 간간히 발생하는 등의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장군들을 집중 육성하는 것보다 부대의 구성을 효율적으로 해서 전투를 수행하도록 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전반적으로 이 게임은 다양한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했고 중세 영주를 묘사한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색다른 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각각의 요소들이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들도록 한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내내 '아 이런 기능은 안되나'라는 생각으로 가득차게 만들고 급기야는 이 불만족스러운 기분을 안고 다른 게임을 찾아보게 만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2%만 더 채웠다면 100점이 될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그 2%가 부족함으로 80점짜리 게임이 되어버렸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