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의 PVP 컨텐츠 1
컬럼 2008/07/02 22:25최근 MMORPG들이 가장 주력하는 컨텐츠 중 하나는 바로 플레이어 사이의 직접적인 경쟁이다. 과거 플레이어들이 서로 레벨을 올리며 서버의 최강자가 되려고 하던 것들이 간접적인 경쟁이라고 한다면, 이 직접적인 경쟁은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해서 쓰러뜨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간접 경쟁에서는 플레이어의 자기 만족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비해, 직접 경쟁에서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이 다르다.
문제는 이 직접 경쟁을 모든 플레이어가 즐겨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리처드 바틀의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의 성향 분류법이 하고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들 중에는 경쟁 외의 컨텐츠를 즐기려고 하는 성향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수집(archieve)을 즐기고 어떤 플레이어들은 게임 안에서 사회적 활동(socialize)을 하는 걸로 만족하기도 하며, 또 어떤 플레이어들은 게임 컨텐츠를 탐험(explore)하는 걸로 만족하기도 한다. 그래서 PVP로 대표되는 이 직접 경쟁을 즐기는 성향의 플레이어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전체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의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걸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 UO)
PVP를 온라인 공간에 적용한 것은 온라인 공간의 탄생과 맥을 같이 한다. 울티마 온라인은 처음에 파랑-빨강으로 플레이어들의 전과(?)를 표시하는 무제한 PK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나름의 룰을 만들어가며 게임 컨텐츠를 즐겼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사소한 실수로 전과자가 될 수 있는 등의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하여 이후 악명(notorious)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범죄자 태그(회색)가 생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가 또 다시 이를 악용한 사기 등의 범죄들이 발생하자 평판(reputation) 시스템이라고 하는 상당히 입체적인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것들로도 플레이어간의 무분별한 PK를 제한할 수는 없었다.
과도기적으로 울티마 온라인은 PKer를 제한하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데, PK 당한 플레이어가 PKer에게 현상금을 걸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희생자들은 자비를 들여 현상금을 걸어야 했고 PKer들은 친구에게 자신을 죽이도록 해서 현상금을 편취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아무도 현상금을 걸지 않게 됐고, 사실상 실패한 시도가 되기도 했다.
후에 울티마 온라인은 로드 브리티쉬를 따르는 질서(Order) 진영과 로드 블랙쏜을 따르는 무질서(Chaos) 진영을 나눠 진영간 전투를 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PK에 관련된 시스템들이 좀 더 복잡하게 변화되기 시작했지만 근본적으로 울티마 온라인이 가지고 있던 '아무나 공격 가능'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고, 나중에 결국 이 많은 분쟁을 만들어내던 무제한 PK 제도를 포기하게 되면서, 후의 MMORPG들에게 PVP 서버를 따로 분리하도록 하는 교훈을 남기게 된다.
에버퀘스트(Everquest, EQ)
울티마 온라인이 PVP 정책을 실패하고 나서 에버퀘스트는 PVP를 정책적으로 분리하게 되는데, 이른바 PVP 서버와 non-PVP 서버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외에도 RP(roleplay) 서버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물론 non-PVP 서버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결투장(arena)에서 대결을 할 수 있었지만 별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게다가 에버퀘스트는 플레이어간의 직접 경쟁보다 협동을 통한 레이드 컨텐츠에 더 치중한 게임이었고, 실제로 MUD에서 발전한 역할 분담 시스템의 핵심을 만든 게임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non-PVP 서버에서 힐러 클래스들 같은 소극적인 플레이어들과 도적(thief), 수도승(monk) 같은 클래스들이 서로 PVP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넌센스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게임 디자인에서 이런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가지는 클래스들의 역할 분담 시스템 안에서 각 클래스들이 직접 경쟁하게 만드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PVP 서버는 이러한 클래스나 레벨의 제약이 없이 눈에 보이는 아무나 공격할 수 있었고 초보 플레이어가 시작 지점에서부터 학살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심해 별로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매니아들은 PVP 서버를 선호하기도 했다.
카멜롯의 암흑기(Dark Age of Camelot, DAOC)
이런 제한적 PVP에 변화를 준 것은 DAOC였다. DAOC는 게임 플레이어가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3개 진영(realm, 왕국)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같은 진영 안에서는 non-PVP 형식으로 게임을 하다가 일정 레벨 이상이 되면 전쟁터로 나가 자신의 진영 소속원들과 팀을 구성하고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하는 RVR(Realm Vs. Realm)이라는 컨텐츠를 만든다.
DAOC의 RVR은 인간들의 앨비온(Albion),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켈트 주민들을 묘사한 하이버니아(Hibernia), 북유럽의 게르만을 묘사한 미드가드(Midgard)로 나누었는데, 이후 WOW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인간형인 앨비온 진형의 플레이어 수가 가장 많았기 때문에 주로 인해전술식의 앨비온과 하이버니아-미드가드 연합의 전쟁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는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말한 천하삼분지계와 같이 3개의 진영이 서로의 이익에 따라 연합을 하면서 인구 불균형을 상호보완하는 시스템이었고, 이런 전쟁은 공성전이나 성물(relic) 탈취 등의 시스템과 맞물려 MMORPG 시장에서 집단 PVP 컨텐츠의 가능성을 열었다.
카멜롯은 non-PVP 컨텐츠를 선호하는 플레이어들과 PVP를 선호하는 플레이어들의 활동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고, 플레이어가 PVP로부터 안전한 지역인 자기 진영 사냥터에서 컨텐츠를 즐기다가 PK를 당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계속될수록 플레이어들은 RVR 전장에서 얻은 포인트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보상이 추가되었고 플레이어들을 강제적으로 RVR 전장으로 몰아내는 등의 실수를 범하기도 한 것으로 보아 이것이 게임 디자인상의 의도적인 non-PVP지역과 PVP 지역의 분리였는지는 알 수 없게 됐다.
기타 다른 MMORPG들
UO, EQ, DAOC가 나온 이후 한동안은 PVP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게 되는데, 스타워즈 갤럭시(Star Wars Galaxy, SWG) 같은 게임에서 제국(Imperial)과 반군(Rebel) 사이의 진영간 PVP가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도록 되어 있다거나 하는 정도의 변화가 발생하지만 크게 눈여겨볼만하지는 않았고, 유일한 MMOFPS인 플래닛사이드(Planetside) 같은 게임이 순수한 PVP로만 컨텐츠를 구성했다는 면에서 주목할만 했지만 기본적인 골격이 DAOC와 같은 3진영이라는 것이나 여러 개의 행성 이동 경로로 전장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지만 응용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에서 논외로 한다.
다만 진영간의 인구 불균형이 발생을 약간의 수정치로 조정하려고 했던 플래닛사이드의 시도는 눈여겨볼만 하다. 플래닛사이드는 각 진영의 현재 접속자 수에 따라서 인구가 적은 쪽에 경험치 획득량이나 데미지에 약간의 가산점을 줬으며, 이것은 플래닛사이드 매니아이던 개발자들이 만든 다른 진영 PVP 게임들에 적용되기도 한다.
워크래프트의 세계(World of Warcraft, WOW)
WOW는 위에 언급된 PVP 관련 시스템들을 집대성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었다. 기본적으로 서버를 Normal(non-PVP), PVP, RP, RPPVP 서버로 분리하고 있고 서버 안에서 연합(Alliance)과 호드(Horde)로 진영을 분리해서 진영간 PVP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한국판에서 각각 일반, 전쟁 서버로 분리한 것은 명백한 번역상의 오류이며 다른 나라들과 서버들의 인구 비율이 눈에 띄게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구미의 경우 39:48:4:7 정도의 구성비로 나타났던 것이 한국에서는 10:90으로 나타난다. 이는 non-PVP 서버를 Normal이라고 쓴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WOW의 결정적인 문제는 직접 경쟁을 선호하는 그룹(바틀 분류상의 경쟁(Killer) 그룹)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 그룹(바틀 분류상 나머지 3개 그룹)을 모두 같은 공간에 몰아 넣었다는 것이었다. 경쟁 그룹은 퀘스트를 하거나 약초를 캐는 선량한(?) 플레이어들을 먹이(?)로 삼아 공격하기를 즐기지만 먹이 그룹은 이런 경험 - 퀘스트를 하거나 약초를 캐는데 방해받는 경험 - 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는 플레이어가 PVP에 준비가 되어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기도 한데, 자기가 하는 행동을 방해받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비경쟁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전장(battleground)에 들어가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 될 때에는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거나 혹은 아예 전장 참가를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WOW의 진영간 인구 불균형은 캐릭터의 생김으로 인해서 인간형의 연합과 괴물형의 호드 진영이 (각 서버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65:35 정도로 구성되었고, 이 불균형이 매우 심각할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것은 결국 확장판에서 호드 진영에 미형 캐릭터가 추가되는 것으로 전반적인 균형을 유지하게 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적 해결 방법이라기 보다는 설계상의 오류를 땜빵식으로 처리한 것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이기도 하다.(실제로 북미-유럽 서버중 100:0인 서버도 있다.)
또 하나, WOW는 플레이어들의 간섭(비경쟁 그룹들이 일반 지역에서 경쟁 그룹에게 공격받는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일반 지역의 PVP 보상(명예 점수)을 낮추고 전장의 명예 점수를 올리는 것이었고, 여기에 PVP를 통해 일정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대량의 명예 점수가 필요하도록 하여 플레이어들이 일반 지역보다는 전쟁을 선호하게 만든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 일반 지역의 PVP를 완전히 멸절하지는 못했다.
- WOW의 서버 통계는 북미와 유럽 서버만을 계산했다.
- 총 464개 중 일반 서버는 184개, PVP 서버는 223개였으며 RPPVP 서버는 21개, RP 서버는 36개 였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