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테크(Positech Games)라는 회사 이름은 아무래도 좀 생소하겠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교우관계를 늘려가는 쿠도스(Kudos)라는 게임은 한동안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이 회사의 게임들이 가지는 특징이라면 1) 간단한 선택식의 게임 진행 2) 복잡 다양한 정보를 모두 텍스트로 표시 3) 턴과 액션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아트 작업량이 많은 편도 아니고 대부분이 기획과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지는 형태라서 소위 말하는 인디 게임인데, 개발도 프로그램을 클리프 해리스(Cliff Harris)가 다 하고 아트도 80%를 처리한다고 회사 소개에 적고 있다.

민주주의2는 포시테크의 자체 개발 엔진 - 기존 게임들과 완전히 같은 게임 방식을 가지고 있다 - 을 그대로 써서 찍어낸 또 하나의 게임이고, 인디 게임들이 대부분 게임의 미려한 인터페이스나 화면 효과, 캐릭터 애니메이션 같은 '쓸 데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독창적인 게임 내용들로 승부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선거와 정책 입안이라는 내용을 주제로 해서 만든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가상의 국가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상의 정당 대표가 된다. 그리고 현재의 행동력(게임에서는 이 행동력을 표 수로 표현하고 있다)으로 정책을 입안하여 세분화되고 굉장히 디테일한 지지층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야 한다. 자본가들, 빈민층, 중산층, 사회주의자들, 환경론자들, 부모들 같은 투표자들이 각각 원하는 정책들을 제안하고 각 턴마다 발생하는 이벤트들에 지지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등을 선택한다.

사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방대한 텍스트에 겁을 먹게 되지만 매우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상황들을 나름 직관적인 형태로 표시하고 있어서 정보들을 분석하고 현재 투표권자들의 상태에 맞게 어떤 층을 공략해야 할 것인지만 선택해 관련된 법안을 제출하면 될 뿐이다. 다만 이 정책이 뭐 하는 정책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간혹 등장하는 정치 관련 단어들의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각종 현대 사회 문제들에 대한 이해도 좀 필요하다.

게임 자체의 컨셉이 아주 유니크한 것은 아니지만 - 전에도 이런 식의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게임이라던가 정치를 주제로 하는 게임들이 나온 적은 꽤 있다 - 포시테크의 유니크한 게임 인터페이스로 이렇게 만들어낸 건 참 많은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어 동정이 간달까. (각각의 주제어에 사전을 붙여 놓아서 이것은 언제 어떻게 유래해서 역사상 몇 년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포시테크 인터페이스 특유의 불친절함은 법안이 뭔 내용인지 어느 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명쾌하지 않고, 내용을 봤다면 이미 법안은 입안되어버린 것이라 후퇴가 안된다는 단점도 치명적이다. 플레이어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자시고도 없이 그냥 선택을 하면 일수불퇴의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게임 진행이 신중해진다는 장점과 게임 플레이어의 선택 폭을 한정한다는 단점 사이에서 미묘하게 칼날 위를 걷는다.

뿐만 아니라 메인 화면에서 각 요소들이 연결된 파워 라인들이 정확하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모든 내용을 튜토리얼에서 텍스트로 처리하다 보니 내가 게임 튜토리얼을 보는 것인지 정치 개론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 것인지 헛갈릴 뿐 아니라, 조언자들의 역할이 도대체 뭔지 왜 조언은 안하고 리스트에 올라 서 있기만 하는 건지 굉장히 복잡함을 단순히 표현하려다가 놓친 빈틈들이 많아 플레이어의 게임 외 지식으로 대충 해결해서 메워줘야 하는 부분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결정적으로, 인디 게임이라는 간단한 느낌으로 싼 맛에 사기도 뭣한 $22.95 라는 가격은 애매하다. 지난 쿠도스에서도 $19.95 에 기겁해서 놀랐던 전례를 그대로 잇는 일관성이 바람직한 것인지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노력은 가상하나 사주기는 곤란한 가격 설정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까지 엄지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참 난감한 심정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수의 개발자들이 모여 인디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시스템 자체의 로망에 개발자들의 꿈이 있다고 믿으며, 난 이 게임의 정신을 지지한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터넷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느끼기도 하고.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