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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festo Games

2008/04/19 03:16

퍼펙트KO라는 게임이 작년 말 쯤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겟앰프드와 같은 컨셉이었지만 나름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식의 컨셉으로 해서 켄과 춘리를 계약했다는 걸로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별로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게시판 상태나 관련 뉴스가 잠잠한 걸로 봐서는 신통치 못한 분위기인듯 하다. 이번에 넥슨에서 새로 서비스하는 제 4구역이라는 게임도 겟앰프드나 퍼펙트KO 같은 집단 난투 스타일의 격투 게임이다.

제 4구역이 기존 게임들에 비해서 조금 신선한 부분이라면, 캐릭터를 골라서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각 캐릭터의 외모 말고는 특별히 차이가 없고 모두 같은 스탯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는 정도인 것 같다. 다만 타격 기술 위주냐 잡기 기술 위주냐 하는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라 플레이어들은 진정 실력 만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것. 그래서 이건 강한 캐릭터가 뭐냐 어떤 기술이 좋으냐 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대화가 별로 일어날 여지가 없어서 어찌 보면 단점이 될지도 모른다.

게임의 진행은 별로 나쁘지 않다. 공격은 때리기과 잡기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 요즘 대세인듯한 회피가 있다. 타격 회피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지만 잡기 회피는 난이도가 살짝 있어서 쉽지 않아 이걸 잘 하는 플레이어라면 고수의 반열이 될듯한 느낌. 거기에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동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팀웍도 제법 필요하다.

전체적인 메뉴 구성은 깔끔하고 그래픽도 나름 괜찮다는 면에서 합격점. 다만 아이템을 구입하는 부분이나 스킬을 구입해야 된다는 부분에서 게임의 전체 설계가 역시나 프리스타일의 성공에 많은 벤치마크를 했던 것 같다. 캐릭터가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기술을 구입해야 한다는 건 어떤 입장에서 보기에는 '돈이 되는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조금 강요 당하는 구성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노골적으로 '기술을 사라'고 게임 시스템이 강제하고 있다는 거다.

일반적인 국내의 MMORPG도 그렇지만 게임들이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건 좀 비겁하다. 새로운 아이템을 구입해야될 레벨이 되면 반드시 성능 좋은 개선된 새로운 아이템을 사야만 한다는 구성은 어찌 보면 플레이어들에게 업그레이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안사면 넌 바보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는 거다. 게다가 다른 외국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자기 취향에 따라서 아이템을 선택해서 공속이 빠르다던가 데미지가 좋다던가 모양이 멋지다던가 하는 걸 골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건 더더욱 비겁하다.

단 하나의 길로 플레이어를 몰아 넣어 버리고는 반드시 가야할 곳과 반드시 구비해할 것과 반드시 찍어야 하는 스탯으로 플레이어를 강요하면서 개발자들은 이게 '플레이어가 쉽고 간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면서 선택을 즐기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건 외면해버린 거다.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다르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니라 현질을 해야되고 이게 마치 유일한 게임 개발사의 수익 구조라며 더 이상의 고민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솔직히 제 4구역의 자체 완성도가 꽤 나쁘지 않아서 게임도 할만하다. 그런데 이건 퍼펙트KO도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분위기가 별로 신통치 않다는 걸 좀 되새겨 보자면, 이쪽 집단 격투 게임은 이제 단물이 빠져가는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니아들 이야기로는 버파나 텍켄이 그렇게 잘나간다고들 하지만 이제 예전처럼 격투 게임을 미친듯이 하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고... 전체적인 격투 게임의 입지가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결국 게임은 꽤 그럴듯하게 나왔던 게임임에도 죽을 쑤고 있는 이유에는 근본적인 또 다른 문제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거다. 시장이 이제 한 물 갔다는 뜻인지도 모르고, 게임이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해보니 외길 막장일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예전과 별반 다름 없는 수익 구조로 게임을 만들기는 했는데 게이머들은 이제 그런 구매 강요에 질리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개발자 뿐만이 아니라 개발을 기획한 기획자와 설계자(designer), 마케팅 담당자가 공동으로 아무 생각없이 내지른 결과인지도 모른다.

뭔가 좀 더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건가.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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