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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festo Games

2008/03/04 07:49

온라인 게임에서 현금 거래를 하는 것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플레이어간의 거래가 친구 사이인지 말 그대로 타자간의 거래인지 둘을 구분해서 후자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플레이어들의 거래 행위 자체를 금지시키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래서 온라인 게임의 현금 거래는 합법이던 비법이던 불법이던 결국엔 계속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특히나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될만한 것은 뭐든지 다 팔고 사는데 게임 머니라고 그게 특별히 안된다는 것도 사실 좀 웃기다.

그래서 결국 온라인 게임에서 현금 거래를 하는 것은 게임상의 소유권을 기간 임대하고 있는 플레이어간의 권리금 양도라는 형태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는 소유권을, 플레이어는 임대권을 가지고 있다는 구조는 그대로 두고 플레이어들 사이의 거래에 대한 적절한 설명인듯하고 이렇게 본다면 회사가 실제로 손해를 볼 일도 별로 없고 거래하는 당사자 플레이어들이 손해볼 일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거래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다. 현금거래를 하지도 않고 게임 안에서 주로 일당 벌이를 해서 물약 값 대기도 허덕대는 일반 플레이어라면 이 문제에서 논외되어 있지만 가장 큰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기업화된 작업장(판매자)과 현금을 사용해서 골드를 사는 플레이어(구매자)에 의해서 게임 머니의 갚어치가 오르락내리락할 때 실제로 거래에 관심도 없고 할 계획도 없는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될까. 단지 현금:게임머니의 비율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이제 게임 안의 물가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거다.

사실 WOW는 초창기부터 핵 및 오토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으로 대응해왔지만, WOW에서 핵과 오토가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필드에서 특히나 장비를 허접하게 갖춰 입고 있는 야수 사냥꾼이 정확하게 90도씩 꺾어지는 턴을 하며 같은 상황에는 항상 같은 대응 - 적이 사정거리 내로 다가오면 직선 뒷걸음질을 한다거나 공격 순서가 일정하다는 것 등 - 을 하고 있는 adfka, lkhdfa 같은 이름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근처에 가서 말을 걸면 항상 /미소로 화답한다는 것을.

* 오토 - 게임 플레이를 프로그램 스크립트로 자동화해서 플레이어가 손대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최근에는 굉장히 훌륭해져서 알아서 몹을 사냥하고 물약 빨고 물건 사고 팔고 다 한다. 즉 이 프로그램이 있으면 '[계정 수] x [시간] = [게임 머니]'가 된다.

그런데 이 오토 캐릭터들은 신고를 해도 블리자드에서는 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다. 게임에서 오토를 돌리는 게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실제로 도덕적인 문제이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인거다. 그래서 이들을 처리하는 건 주민등록번호 불법 사용 뿐이다. 오토는 처리 못하고 민번 도용만 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WOW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신고를 할 때 주민번호 도용으로 신고하라'고 하기도 하고, 저 캐릭터들을 꼬셔서 절벽 밑으로 떨어뜨려 죽이는 방법도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오토들은 용케 부활 한다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지는 골드들이 판매되고 이런 골드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현금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게임 안에서 아이템의 가격은 증가한다. (물론 이게 가장 주요한 팩터라고 보지는 않는다. 어차피 게임이 오래되면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이 올라갈수록, 게임 머니의 수득률이 높아질수록 아이템 가격은 증가하게 되어 있다) 아이템의 가격이 증가할수록 플레이어들은 상대적으로 계속 빈곤해지고 이는 결국 현금거래를 다시 부추기는 문제로 돌아갈 수도 있다. WOW의 경우에는 플레이어 전체를 부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인지 수득률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모두가 풍요롭고 동시에 엄청난 물가 상승을 불러왔다. 이제 막 처음 시작한 저레벨들은 경매장에서 살 게 없을 정도로.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WOW의 공식 사이트에는 '골드 현금 거래 및 캐릭터 육성 서비스 근절 캠페인' 이라는 걸 올려놨다. 이 글에서 블리자드는 1) 캐릭터 육성 서비스는 추후 암호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해킹의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다 2) 그렇게 해킹된 계정의 골드가 판매되고 있다 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근자에 아제로스에 보이는 오토 캐릭터들이 생산하는 골드에 대한 이야기는 은근슬쩍 계정 해킹이라고 은폐하고 있다.

결국 WOW에서 저런 캠페인을 하는 장황한 글을 쓰는건 말하자면 면피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현금거래를 막을 수는 없고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경우에는 시끄럽게 될 수 있으니까, 차라리 '우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엔씨의 고전 레퍼터리를 빌려와서 조금 예쁘게 포장한 거다. 하지만 노력해도 별 소용 없고 그냥 나팔수를 몇 사서 긍정적인 면을 떠들게 만들어주는게 방법인 거다.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 현금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절대. 플레이어들은 이미 현실이라는 완벽한 자본주의 모델에 익숙해져 있고 자신의 소유물을 팔고 사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 거래의 방법이 현금이던 게임 머니이던 그건 별로 관계도 없다. 어쨌든 내 잉여 재산을 축적하고 불려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각종 현실의 부조리한 방법들도 이미 알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초딩들도 싸구려 아이템을 비싸게 포장해서 파는 사기 방법을 게임 안에서 사용하고 있고, 자신이 게임 운영자라며 사칭해서 계정의 비밀 번호를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막을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골 싸매고 고민하거나 치고박고 박터지게 토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공간 안에서 '정상적으로' 거래하게 만들어주는 계도가 급선무다. 게임 안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기, 절도 행위를 한다는 것이 현실과 똑같이 게임 공간 안에서 범죄로 처리될 수 있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현금이 관련되거나 계정을 해킹하는 것이 매우 중대한 범죄라는 걸 인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제발 이제 현금 거래는 좀 내버려 두자.

  • 결국 여기서도 또, 어떤 거래가 정상적이다/ 아니다의 판단에 논란이 좀 있기는 할 것 같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