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서프(Audiosurf)
리뷰 2008/02/17 23:29아주 오래 전에 문방구에서 팔던 바코드 배틀러라는 게임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바코드가 붙은 카드들을 제공했지만 플레이어들이 주변의 바코드가 붙은 상품들에서 바코드를 찾어서 오려 붙이거나 입력시켜서 몬스터의 공격력 방어력 같은 각종 수치로 활용하도록 하는 게임기였는데 그리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뭐 좀 흥행 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 게임의 장점이라면 각종 식품류를 슈퍼에서 하나씩 사다가 찍어보고 수치가 얼마나 나오나 보는 그런 재미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UCC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플레이어가 직접 발굴하는 데이터라는 면에서.
오디오서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MP3 음악을 변환해서 리듬 게임으로 만들어준다는 면에서 바코드 배틀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게임은 MP3를 분석해서 파형과 비트를 가지고 노트와 난이도를 만들어내고, 플레이어는 소장하고 있는 수백 수천 개의 MP3를 하나씩 입력해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리듬 게임으로 만들어서 플레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메탈이나 힙합 같은 빠른 비트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눈물을 흘릴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이런 곡들을 찾아 플레이하는 재미가 꽤 훌륭하다.
기본적인 퍼즐 게임의 요소 - 블럭을 가로건 세로건 3개 이상 연결하면 사라진다 - 를 가져와서 블럭의 색깔과 노트가 떨어진다는 요소를 조합했다는 게 이 게임의 가장 주목할만한 점이다. 다른 게임들이 '노트 맞추기 놀이'에나 집중해서 악기 연주 컨셉을 덧붙이는 정도에서 대박을 치고 있을 때 오디오서프는 DIY 같은 개념을 사용한 거니까.
하지만 사실 기존에 이런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파형과 비트 등을 분석해서 어떻게 얼마나 곡에 잘 맞아 떨어지는 노트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인데, 오디오서프는 지금까지 유튜브와 구매자들의 의견으로 봐선 굉장히 훌륭한 퀄리티로 완성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게 그렇게 대단히 정확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대도 노트+퍼즐의 요소가 흥미롭게 잘 만들어져서 호평을 받았을 거라고 보인다. 거기에 '아 이게 노트만 좀 잘 맞았으면 더 재밌을텐데'라고 아쉬워할 부분까지 충족했다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게다가, 요즘의 대세와 같이, 온라인 요소를 첨가해서 같은 곡을 플레이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확인하고 경쟁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인터넷을 통해 로그인을 하고 국적을 기입해 놓으면 자기 주변(국가)의 사람들이 플레이한 기록을 볼 수 있고, 요즘 오디오서프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곡 순위도 볼 수 있다. 최근의 트렌드는 오디오서프에 공짜로 끼워주는 밸브 OST 팩의 팀포트리스2 OST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팀포트리스2의 OST 곡들은 정말 미칠듯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기록 저장이라는 면을 좀 자세히 보자면 이건 조금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MP3는 특성상 하나의 파일이 퍼져나가는 게 아니라 자생적으로 엄청난 변형이 생길 수 있다는 면에서, 하나의 곡에 다양한 버전의 MP3가 존재할 뿐 아니라 이들을 같은 곡이라고 인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적인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파일이라면 헤더를 통해서 할 수 있겠지만 MP3는 '굽는' 순간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게다가, MP3를 99% 사서 듣는 나 같은 사람은 이제 불법 복제를 해야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고민되게 만드는 면이 있다는 것. 오디오서프가 음반 판매와 연결이 되지 않을 경우 이는 인터넷 P2P를 통해 MP3 복제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예상되는 부작용 중 하나라고 보인다.
또한 반대로 이 것이 오디오서프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현재로써는 음악 플레이를 아이튠으로 플레이하는 정도의 옵션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튠의 온라인 음반 상점과 오디오서프가 결합했을 때는 어떤 엄청난 파급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거다. 아마 현재로써는 애플 측에서 '뭐 이런 듣보잡 게임이 제휴를 걸어와?'라고 생각하고 "좀 더 가능성을 봅시다"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 대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제휴 제안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 - 오디오서프가 얼마나 파괴력을 가지고 시장에서 파급력을 보이느냐가 이 문제의 관건이 될듯. 이미 스팀 판매 목록에서 판매 하루만에 베스트셀러 목록 꼭대기로 올라선 걸 보면, 퍼져나가는 건 순식간일듯 하다. (게다가 음악 PR의 공간으로 활용될 여지도 충분하다.)
게임의 룰을 캐릭터로 분리해서 난이도와 캐릭터의 선택 만으로 다양한 모드를 즐길 수 있다는 면에서나, 게임이 가볍고 자신이 가진 MP3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나, 가격이 싸다는 면에서나 이 게임의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음악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MP3를 즐겨 듣는 사람들이 짬짬이 플레이하기에 아주 적합한 게임이라는 게 최고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 이 게임을 '일전에 미안했다'며 선물로 보내준 DCFPS의 담배곰에게 감사한다. 지르려고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 오디오서프는 2월 15일 발매 - 스팀에서 $9.95,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 하려고 하면 스팀으로 연결된다.
- 오 어쩌면 오디오서프가 스팀의 전체 볼륨을 200%로 키울 수 있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