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Fortress 2

리뷰 2008/02/11 00:38

팀포트리스(Team Fortress)가 언리얼토너먼트(Unreal Tournament)와 하프라이프(Half-Life)의 MOD로 한창 인기가 있던 시절, 아마도 98년인가 99년인가 됐던 거 같은데, 더 이상 MOD가 아니라 독립된 게임으로 팀포트리스2를 개발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클래스를 이용한 팀플레이 FPS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게임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팀포트리스2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기다렸더랬다. 그런데 1년 2년... 지나더니 완전 밀리터리 풍으로 만든다는 소리가 나와서 "아 뭐 그도 좋네, 나오기만 해라"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 새 9년이 흘렀다. 2006년 7월, "그거 아직도 개발하나?"라며 잊고 있던 팀포트리스2가 '곧 나온다!'며 대대적인 홍보(상단에 있는 티저)를 시작했고, 2007년 5월 '헤비를 만나보자(Meet the Heavy)'라는 동영상을 시작으로 해서 솔져, 엔지니어로 이어지는 티져가 쏟아졌다.

팀포트리스2의 대단한 점은, 9년이나 걸리면서 "팀플레이를 살려야 한다"는 목적성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9년 동안 이런 저런 실험과 테스트를 끊임없이 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는 것에 있다. 최근 팀플레이 또는 파티플레이라고 부르는 협동 게임 방식, 역할 분담 게임 방식이 말하자면 대세가 되면서 이제 어느 게임에나, 심지어는 역할 분담이 별로 필요 없는 아바(AVA) 같은 게임에서도 포인트맨, 라이플맨, 스나이퍼 하는 식의 (별로 차이는 없지만 어쨌든) 클래스를 도입하는 분위기가 되었는데, 팀포트리스2만큼 (1) 명확하게 클래스가 구분되고 (2) 빠진 클래스가 있으면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3) 클래스간 협동이 중요한 게임을 찾기는 힘들다. (이런 클래스 협동 게임의 '개발상의 문제점과 개발 컨셉'에 대한 이야기는 팀포트리스2를 구입해서 코멘터리를 보면 자세하게 나온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팀포트리스2는 공격형, 수비형, 지원형으로 기본 형태를 분류하고 다시 각 타입(形) 안에서 세 가지 특색적인 형태로 갈라지는 총 9개의 클래스를 만들어 두었다. 공격형에는 발이 빠른 스카웃, 로켓을 쏘는 솔져, 화염방사기 파이로가 있고, 수비형에는 유탄 발사기를 쏘는 데모맨, 맷집 좋은 탱크 헤비, 인공지능 포대를 설치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있으며, 지원형에는 힐러 메딕, 장거리 저격수 스나이퍼, 변장해서 후방을 교란하는 스파이가 있다.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클래스들의 특징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데 사실 한 번 플레이를 해보면 자기 취향에 따라 주로 하는 클래스가 거의 결정된다. (또한 각 클래스의 장점과 단점을 만드는데 개발팀에서 얼마나 고심했는지 코멘터리에서 볼 수,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역할 분담 게임에서는 이 9개의 클래스들이 가진 역할 중 두세 가지 특성들을 하나의 클래스로 합쳐서 가지고 있거나 혹은 아예 무시하고 빼버렸던 특징들을 팀포트리스2에서는 개별 특성을 세세하게 9개로 쪼개면서 각 클래스들이 서로 빈 틈이 워낙 많아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절름발이들로 만들었다고 보면 쉬울 것 같다. 말하자면 한 클래스만 잔뜩 있는 것이 팀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게 결코 강하지도 못하며, 성립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센트리(Sentry)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을 가진 자동 조준에 백발백중 막강 화력의 포대도 아홉 명의 엔지니어가 9개를 설치했다고 한들 스파이의 후방 공작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은 일도 아니며, 데모맨의 접착식 수류탄 선물 셋트에 왕창 깨져 나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마찬가지로 맷집 좋고 미니건(총열이 6개 달린 헬기 주둥이에 붙은 기관포)을 들고 있는 헤비가 메딕의 우버(uber)를 받아 피부를 티타늄으로 만들고 적의 총알을 다 튕겨내며 돌진했다고 하더라도 쿨타임이 다 됀 그 순간에 벌집이 되는 것도 또 순식간이라, 팀원의 우버를 보고 같이 달려들어 전선을 뚫는 협동과 센스가 중요한 게임의 기본 기술이 되게 된다.

사실 말만 들어서 이렇게 복잡한 게임이 어딨겠느냐 싶지만, 팀포트리스2는 비교하자면 FPS계의 WOW라고 할만 해서, FPS를 잘 모르는 캐주얼 게이머들이 소문을 듣고 구매했다가 미친듯이 열광하게 되는 사례도 상당히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Pig-min 사이트의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예가 되겠다.) 또한 게임 자체의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 만화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도 WOW와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확실히 팀포트리스2의 '바밤빠~람'하는 배경 음악과 만화적인 그래픽, 캐릭터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게다가 플레이어의 개인 기록을 항상 보여주고 '지난 최고 기록은 X였는데 이번 게임에서는 Y로 조금 부족했다'거나 '기록을 갱신했다'는 식의 메시지가 수시로 뜨고 이 기록들을 플레이어가 게임 시작할 때마다 보여주면서 좀 더 분발하게 만드는 부분에서는 동기부여(motivation)라는 부분에서도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 도중 나를 연속으로 죽인 플레이어(Nemesis, 원수)나 내가 연속으로 죽인 플레이어(Domination, 제압)를 머리 위에 띄워주고 복수의 대상 또는 '내 밥'이라는 표시를 해줌으로써 게임중에 플레이어가 '감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느끼게 하는 것도 굉장히 흥분되는 재미 요소일 뿐 아니라 게임중 동기부여(in-game motivation)가 된다. 그들의 코멘터리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이번에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 때 '그래 너 정말 잘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이게 플레이어를 자극(encouragement)하는 요소가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플레이어들이 웹 커뮤니티에서 자기 기록을 과시하거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지에 토론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이 매우 빠르고 플레이어가 죽고나서 전장까지 뛰어와야 하는 시간(travel time)이 길지 않아서 긴장 상태와 이완 상태를 조정하기 위한 맵 디자인의 다양한 테크닉과 노하우, 연구 결과를 엿볼 수 있고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직관적인 캐릭터 디자인 등 게임의 이곳 저곳에서 '9년 동안 개발하면서 삽질만 한 건 아니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다. 팀포트리스2와 같은 결과물을 낸다고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개발사에서 9년이나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굉장히 놀라운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팀포트리스2는 매우 훌륭한 '역사적인 FPS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고, 앞에 말했듯 'FPS계의 WOW'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세계 각종 리뷰 매체에서 평균 93점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며, 팀포트리스2와 하프라이프2 에피소드2(Half-Life 2: Episode 2), 하프라이프의 프랜차이즈 포탈(Portal)를 묶어서 판매한 귤상자(Orange Box)는 평균 96점을 받았다.

  • 팀포트리스2 - 2007년 10월 9일 출시. 스팀에서 현재 $29.95에 판매되고 있음.
  • 귤상자 - 2007년 10월 9일 출시. 스팀에서 현재 $49.95에 판매되고 있으며 패키지 버전은 국내 수입 가격이 비싸다.
  • 귤상자는 Xbox 360에서도 출시되었으나 PC 버전과 함께 플레이할 수는 없고, Xbox 360 끼리만 가능하다.
  • 팀포트리스2는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