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age 2

리뷰 2008/02/03 17:28

한때 DC에서 유행하던 새비지(Savage)라는 'RTS도 되고 FPS도 되는 게임'이 있었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FPS처럼 총쏘고 칼질하는 환타지 배경의 게임이지만, 커맨더(commander)는 건물 짓고 유닛 움직이며 테크 올리는 RTS 형태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게임으로 두 가지 모드를 다 할 수 있다는 것과 역할 분담 팀플레이의 재미가 있어 신선했던 게임이었다.

새비지2는 그 후속편인데, 그래픽이 좋아졌다는 것과 새비지 전작에서 걸끄럽던 부분들이 많이 다듬어졌다는 느낌이다. 커맨더는 RTS, 팀원들은 FPS라는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게임의 진행은 조금 더 빨라졌다. 음, 사실 FPS라고 쓰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FPS와는 느낌이 또 조금 다르다. 칼질이나 손톱으로 할퀴는 무기류(근접전용)들은 보통 TPS라고 부르는, WOW 같은 3인칭 시점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고, 투사류, 쏘는(projectile) 무기들은 1인칭 시점으로 FPS처럼 된다. 그래서 때로는 무기를 바꿀 때마다 이 시점 바뀌는 것이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RTS에 대해 이야기를 했듯, 게임의 배경이 금을 캐고 그 금을 모아서 새로운 유닛을 지을 수 있는 건물들을 짓고 한다. 그러니까 팀원들은 상대편과 계속 싸워서 금광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이고, 커맨더는 새 건물을 짓고 버프를 걸어주거나 하는 행동으로 팀원들이 좀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새 금광 멀티(!!)를 만들어서 더 많은 돈을 모으고 테크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팀원들은 전투를 할 때마다 돈을 조금씩 얻고 금광에서 나오는 금을 조금씩 분배받는다. 그래서 이 돈이 쌓이면 돈을 주고 부활할 수 있는 유닛을 고르거나, 부활하면서 물약이나 아이템 같은 것들을 사서 들고 시작할 수 있다. 간혹 어리버리한 커맨더가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팀원들은 십시일반해서 자기가 가진 돈들을 커맨더에게 보낼 수 있다. 급히 테크를 올려야 한다거나 방어 타워를 지어야 한다거나 하는 위급 상황에서는 팀원이 직접 일꾼이 되어서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FPS도 하면서 커먼더는 RTS로 하는 게임"을 상상한다면 있을만한 것들은 새비지2 안에 거의 다 들어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넣으려고 하다보니 게임이 굉장히 하드코어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부류의 협동 팀플레이와 지휘계통, 명령체계를 묘사하는 게임들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택할 옵션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기량이 전체 게임의 향방에 미치는 역할은 작지만, 커맨더의 실력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비지2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이라면 판매 방식인데, 이 게임이 온라인 퍼블리싱으로 회원가입 후 5시간 무료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무제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구입에 맞먹는 $29.99을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MMORPG나 다른 온라인 게임처럼 매달 이용료를 내는 것은 또 아니라서 플레이어에게 큰 장벽이 되지는 않겠지만,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패키지를 주지도 않으면서 30불이나 되는 가격'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이 어쩌면 리스크가 될듯하다. 뭐랄까 명확하게 이 게임의 판매 방법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이다. 무료 시간보다는 한국식 부분유료나 기능제한 형태로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아직 구미에서 이런 판매 방식과 기능 제한 등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듯하다.

음, 또 재미있는 것은, 가입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꼬셔서 새비지2 사이트에 가입을 하게 하면 추천받은 플레이어는 게임내 아이템 복권을 한 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템들은 실제로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되어 있지만 HP +5%라던가 회복력 증가 같은 있으면 꽤 유용한 것들이라서 피라미드식 회원 확보를 채택하고 있다는 면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했던 방식과도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가질지는 아직 미지수.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현재 회원 수, 게임중인 플레이어 수, 구동중인 서버 수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게임 플레이에 따라 플레이어의 스킬 팩터나 레벨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의 결과가 계속 누적되어 쌓인다는 것도 국내 온라인 FPS들의 것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관심있게 연구해볼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배틀필드 시리즈 이후로 이런 식의 플레이 기록으로 아이템 슬롯을 연다거나 하는 방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새비지2에서는 추후 어떻게 확장될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게다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플레이어들의 각 플레이를 모두 리플레이로 받아볼 수 있고, 게임의 기록들이 상세하게 검색 가능하다는 것도 새비지2의 눈여겨볼 특징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현재 랭크 1위를 달리고 있는 Naj라는 플레이어의 최근 플레이 기록은 여기에서 볼 수 있고, 리플레이뿐만 아니라 함께 게임한 플레이어들의 내용을 굉장히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아마 국내 온라인 게임이었다면 이런 기록 DB를 보유하고 공개하는 것 자체를 (비용의 문제 때문에) 꺼려할 가능성이 높은데, 새비지2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신기한 부분.

전반적으로 게임의 컨셉이나 분위기에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고 만들려고 했던 바를 충실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 훌륭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전작의 이름을 업고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PR이 없어 장기적으로 어떻게 서비스될지는 조금 미지수다. 며칠새 2만 명가까이 회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면 나름 입소문의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동접률'이 낮다는 게 패키지 게임의 특징이라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