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게이트: 런던

리뷰 2008/01/28 10:27

헬게이트: 런던(Hellgate: London)은 한빛소프트가 2008년의 희망을 걸고 국내에서 출시한 게임이다. 1인칭 슈팅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지만 FPS는 아니고 런던을 타이틀에 달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지명만 런던 지명을 쓰고 있을 뿐 실제 런던 거리를 그대로 표시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 디아블로를 3D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 1인칭이라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 어떤 특색을 찾기는 조금 어려운듯하다.

일단 게임 그래픽의 퀄리티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수준이다. 최고 옵션에서도 캐릭터들의 디테일이 그렇게 훌륭하지 못하고 - 물론 이 게임에 캐릭터를 볼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 뽑아내는 성능에 비해서 컴퓨터 사양을 조금 높게 타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헬게이트로 벤치마킹 테스트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이건 어떤 프로모션 - 게임을 띄우려는 뒷공작 - 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게 한다.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저런 식으로 커뮤니티를 하나 섭외해서, 혹은 알바를 섭외해서 뒷공작을 하고 밀어주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기 때문에 기다 아니다 말하기가 좀 어렵다. 설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아니라고 발뺌할 것이 당연하고.

게임 내용에서, 헬게이트는 런던 지하철 역과 그 주변 지역의 지명을 채택하고 있는데 실제 그 역이 그렇게 생겼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인증이 나온 것도 아니라서 - 콜오브듀티4의 경우는 체르노빌 지역의 실제 사진과 비교하는 샷이 공개된 바 있고 거의 같은 디테일에 게이머 커뮤니티를 흥분시킨 사례도 있다 - 그냥 런던인가보다 하고 환타지 RPG에서 이야기하는 지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저게 진짜냐 가짜냐에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역들을 이동하면서도 이게 어딘지 왜 저기를 가야하는지 하는 당위성도 딱히 없고, 이름이 A면 어떻고 B면 어떠냐는 심정이라 그냥 가라는 곳 찾아서 가는 걸로 게임 진행에 무리는 없다.

하지만 헬게이트를 말하면서 논란되는 큰 두가지, 헬게이트가 FPS냐는 것과 MMORPG냐는 것을 보면, 헬게이트는 둘 다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로 FPS라고 하기에는 많은 요소가 부족하다. 헬게이트는 조준점으로 총알이 가서 박히는 일이 없다. 크로스헤어(crosshair, 조준선) 범위 안에서 임의의 한 점에 총알이 날아가는 스타일이고 그나마 초탄이 가서 박히는게 참 감사하다고 해야될 수준. 즉 조준한 곳에 총알이 맞지 않으므로 헤드샷이 뜰 일도 없고 그저 대충 대고 누르는 걸로, 죽을 때까지 마우스를 누르고 있는 걸로 헬게이트가 가진 FPS 스타일 요소는 끝이다. 게다가 총의 반동(recoil)이나 총알 재장전(reload)이 없으므로 던전 입구에서 탈출까지 마우스를 누르고 있어도 된다. 총쏘는 소리를 끄고 듣는다면 총알을 내가 쏘고 있는 건지 옆에 들락날락하는 파이프(총 모양)가 움직이기만 하는 것인지 구분도 안된다.

둘째로 마을(지하철 역)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전혀 없다. MMORPG의 기본 요소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것은 항구적 세계(Persistent World, 혹은 세계의 항속성)라는 것이 있는데, 게임 플레이어가 접속을 하던 안하던 존재하는 세계를 말한다. 헬게이트는 마을은 항구적인 형태로 보일지 모르지만 세계라기 보다는 게임 로비에 가까운 상태이고 그나마도 디아블로 배틀넷 스타일의 채널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서 항구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은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기 위해 채널을 옮기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이 채널이라는 걸 임의로 옮기는 방법이 인터페이스 상에 없다. 파티를 만들어서 같은 파티에 있을 때만 열리는 포탈을 통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헬게이트는 (글강님의 정의에 따르는) MO[mmo]라고 부르기에도 어렵다. MO[mmo]를 쉽게 설명하자면, 카트라이더와 같이 제한된 수의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게임을 MO 게임이라고 하고 다수의 사람이 항상 함께 있는 걸 MMO라고 할 때, MMO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게임은 MO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헬게이트는 마을에서조차 MMO의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라서 일반적인 웹진의 MMORPG라는 설명들은 분명히 잘못되어 있다. 헬게이트는 접속자 수를 제외하면 MMO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헬게이트는 애초에 의도가 디아블로의 연장선을 생각한 것 같다. 게임의 진행 단계를 구분하는 액트(act)의 존재에서나, 아이템의 분류(요즘은 이게 대세이긴 하지만), 아이템에 보석(gem)을 박아서 강화하는 것이나, 인벤토리의 형태에서나, 소환수들의 형태 및 성격에서나 굉장히 많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게임 진행과 기본적인 게임 흐름,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느끼게되는 기본적인 재미 요소들을 보면 디아블로에서 인용한 것이라는 느낌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디아블로2에서 카우방을 가기 위해서 존재했던 워트의 의족까지. (이건 표절이라고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다. 빌로퍼가 블리자드에 있던 사람이고 디아블로 시리즈에 공헌을 했다는 걸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요소를 이렇게 인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도의적인 부분도 언급하는 곳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이미 2000년에 비해 많은 시간이 지났고 다양한 게임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디아블로에서 정체되어 있는 게임 설계에 3D 그래픽을 입힌 것 만으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이미 디아블로 스타일을 3D로 만들었던 다양한 게임들이 왜 디아블로 만큼 성공해지 못했는지, 아니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왜 없는지에 대해서 빌로퍼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게임을 대충 만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보나마나 "디아블로의 정통성은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만들기만 하면 성공할 거다"였겠지만. 어쩌면 "나 빌로퍼야, 빌로퍼!" 같은 조폭 같은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헬게이트는 재미가 없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매장에 깔릴 때는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한정판도 남아 진열대 뒤쪽으로 밀리고 있다는 증언들과 실제 판매 차트를 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헬게이트 이야기가 잠잠하다. 오픈베타를 시작하고 무너져가는 수 많은 국산 다른 게임들이나 별반 차이 없는 소문만 요란했던 또 하나의 잔치인 거다. (솔직히 그리고 25레벨까지 올리고 나서 엘리트 미션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덜덜덜 떨었다. 17레벨까지 참고 올렸던 것만으로도 굉장히 참기 힘들었단 말이다.)

어쩌면 헬게이트가 실패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유료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임의 요소를 제한해 놓고 월정액으로 플레이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과연 오픈 베타 이후 월정액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 오히려 부분유료화로 셋트 아이템이나 전설급 아이템 사용 권리를 판매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한빛소프트의 연이은 삽질들은 참 끝이 없어 보인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