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게임 개발자 중의 한 사람으로 거의 이견없이 꼽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야모토 시게루(宮本 茂)라는 일본인이 있다. 닌텐도에 1977년 입사해서 동키콩으로 그 게임디자이너의 경력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리오와 젤다와 같은 줄줄이 닌텐도의 대박 게임들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리고 젤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 시리즈는 시게루 브랜드에 가장 큰 획을 긋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많은 유명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런저런 경력들을 가지고 공과 과를 가지고 있다고 왈가왈부 되지만, 시게루는 그 명성이 깎일만한 조금의 티끌도 없다고 하면 그 명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젤다의 전설(이하, 젤다) 시리즈 중 신작, 몽환의 모래시계(The Legend of Zelda: Phantom Hourglass)는 원래 일본어판으로 여름께 먼저 발매되었던 바 있지만, 영문판은 석달여나 늦은 10월 4일에 발매를 시작했다. 이 리뷰는 영문판으로 플레이한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번 젤다의 신작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평가는 크게 갈리기 되는데, 닌텐도DS라는 기기에 완벽 적응한 젤다는 스타일러스 펜만을 가지고 게임플레이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기존 플레이어들의 완강한 저항에 닥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시리즈가 십(十)자 버튼으로 젤다를 움직이고 A, B 버튼으로 공격 등의 플레이를 하던 것에 비해서 새로운 젤다는 스타일러스로 링크(젤다 시리즈의 주인공) 근처를 누르고 있으면 천천히, 멀리에 누르면 빨리 이동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야하는 방식이다.

젤다의 전설

젤다의 맵과 메모

젤다의 전설

부메랑

이런 인터페이스는 단지 이동이나 공격 등의 단순한 조작만이 아니라 젤다의 전체 컨텐츠를 구성하는 퍼즐식 게임 구성 곳곳에도 맺어져 있다. 말하자면 게임 속 촛불을 끄기 위해서 마이크에 직접 바람을 불어야 한다거나, "귀가 큰 몬스터들은 큰 소리를 내면 당황한다"는 설정으로 몬스터를 만나면 소리지르기(의 메타포인 바람 불기)를 하도록 하는 것, 또 부메랑을 던지는 궤적, 항해 경로 설정을 선으로 그으면 그대로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게임플레이 중 메모를 직접 지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다. 그러니까, 이번 젤다는 닌텐도DS가 가지고 있는 인터페이스의 기능을 최대한 살린 버전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사실 닌텐도는 최근 이런 인터페이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들을 계속 하고있다. Wii의 입체 컨트롤러나 DS 같은 터치 방식의 인터페이스들은 확실히 다른 게임기들이 시도하지 않던 것들을 시도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꽤 좋은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방식에 익숙해진 플레이어가 새 방식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혁신적인 흐름을 만날 때 찬성하는 분위기보다 반대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처럼, 이 젤다의 인터페이스 변화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익숙한 것을 버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비해서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편리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손에 익지 않은 것을 만지는 것이 싫을 뿐인 거다.

그래서 이번 젤다는 오히려 DS의 전체적인 가능성을 크게 여러 방향에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을 받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살짝 빗대자면 개혁적인 플레이어들은 환영을, 보수적인 플레이어들은 반대를 한다고 해도 되려나.

젤다의 여러 모습 중에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이번 젤다는 단지 인터페이스만의 발전이 아니라 전체적인 DS의 그래픽이나 연출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젤다 특유의 만화풍 이미지도 그러하거니와 씬 중간중간에 넘치는 연출의 유머에서 감탄을 참을 수가 없는 수준이다. 영화적인 연출이 어떤 게임들에게 칭찬일런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젤다는 게임적인 연출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는 기존 DS의 게임들이 섣부르게 건드리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선도하고 있는 게임이다. 앞으로 DS로 게임을 만들려면 이런 인터페이스들을 참고하라는듯, 게임의 많은 부분에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고 그 시도들을 조화롭게 좋은 성과로 만들어냈다. (여담으로 붙이자면, 젤다 직후 플레이를 시작한 삼국지DS는 그런 면에서 최악의 터치 인터페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만들어져,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단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 물론 패러다임의 문제가 아니라 닌텐도DS 하드웨어의 면에서, 터치 인터페이스의 구동 방식인 압력감지가 과도한 터치 플레이에 의해 좌표값이 빗나가기 쉽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터치 인터페이스로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것은 닌텐도DS의 하드웨어도 기왕이면 새로 사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메탈릭로제가 끌린다.

  •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 - 2007년 10월 4일 영문판 발매, 플레이아시아 직수입 ($39.90)
  • 업계 소문으로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는 현재 연말 정발을 예상으로 한글화 작업중이라고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글판을 한 번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듯. 물론 한글판이 반드시 나온다는 보장은 못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