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도시(City of Heroes)라는 게임을 만들었던 크립틱(Cryptic)에서 NC를 벗어나서 만든 새 '미국식 영웅' MMORPG 게임이다. 전작 COH와 같이 플레이어들은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등의 미국식 캐릭터를 각자 만들어서 도시를 수호하는 영웅 놀이를 할 수 있다.

전작이 클래스 형태로 밀리 탱커, 누커 하는 북미 MMO의 전통적인 역할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챔피언 온라인은 소위 '스킬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영웅을 육성할 수 있다. 총 18가지의 분류로 전기, 불, 총기류(munitions), 강화복(power armor), 정신력(ego), 돌연변이(mutations) 등으로 나뉘어진 능력들을 자기 입맛에 맞게 공격적 성향이나 방어적 성향을 골라 습득한다.

이는 특유의 영웅 옷 갈아 입히기 아바타 놀이와 맞물려서, 자기 캐릭터에 배경을 설정하고 캐릭터의 배경이나 성격에 맞게 능력과 특징을 부각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남들과 다른 개성있는 옷과 거기에 어울리는 능력들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땅 속을 두더쥐처럼 누비거나 스파이더맨이나 타잔 처럼 줄을 타고 이동하는 등의 차별화. 이게 이 게임의 첫 매력이자 끝까지 이어지는 거의 유일의 매력이다.

스킬 시스템의 고질적인 단점처럼, 플레이어들은 결국 컨셉에 따라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지만 이건 거의 공격 능력에 한정이고, 회복 기술이나 방어 기술들은 좋고 강한 능력들을 고르는 방향으로 되어, 고렙이 되면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PVP 쪽이냐 PVE 쪽이냐에 갈라져 전기 같은 광역, 메즈에 좋은 기술들이나 총기류 같은 뎀딜에 좋은 기술들, 회복 쫄다구(healing drone)를 부리는 기술등으로 꽤 집중되는 형태를 보인다. 다양성이 있긴 하지만 결국 커다란 줄기에서 놓고 보면 큰 골자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

이게 게다가 전에도 이야기했던 스킬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 '각자 생존'의 방식으로 흘러가서 플레이어들은 파티 안에서 효율적인 역할 분담 따위를 하지 않게 되어 있고, 같이 두들겨 패다가 좀 심하게 맞았다 싶으면 도망치거나 방어로 버티며 시간을 벌고 그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마무리를 하거나 어그로를 끌고 가는 식으로 플레이가 되게 된다.

뿐만아니라 퀘스트(미션, mission) 난이도와 분배에 큰 구조적 문제가 있어, 항상 자기 레벨보다 3레벨이 높은 퀘스트를 하며 성장하게 된다는 것. PVP에서 경험치를 준다는 걸 고려했던 퀘스트 밸런스인 것 같은데, 사실상 플레이어들 취향이 PVP를 한다/안한다에 호불호가 심해 PVP를 안하는 경우라면 자기 레벨에 맞는 퀘스트가 금방 바닥나고 상위 레벨 퀘스트를 하고 다니다가, 그나마도 없으면 퀘스트를 찾아 이 존, 저 존을 떠돌아 다니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렇게 찾은 퀘스트가 좀 빡세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3렙 몹(들)을 잡는데 크게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팀, team)를 맺거나 하는 일도 별로 없다. 인던 안으로 들어가서 +3렙 엘리트 몹(보스)를 잡아야 하는 경우에야 "~ 미션 할 사람 있느냐"고 채팅창에 가끔 LFT(looking for team)가 올라오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솔로 플레이.

그래서 길드(슈퍼그룹, super group)에 가입한다고 해도 같이 퀘스트를 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딱히 누가 어그로를 끌고 탱킹을 해줘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화력이 하나 더 필요할 뿐인 거니까, 크고 작은 퀘스트를 하면서 같이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아무 말 없이 초대하기'를 시전해서 팀이 되면 쉽게 하고 거부하면 그저 약간 더 고생할 뿐인데, 이게 어쩌면 영웅들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스쳐 지나가는 다른 영웅과 잠깐 힘을 합쳤다가 해체하는 그런 느낌이라 뭐 또 나름 나쁘지 않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영웅들이 도시의 악당들을 소탕한다는 느낌은 잘 살아 있고 공포에 질려 도망치던 시민이 악당에 맞서 싸우는 걸 보고 응원하다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라면서 잡다구리한 퀘스트를 던져주기도 하고, 은행 근처를 지날 때면 "은행 강도가 들었다"면서 '당장 도와줄텐가'하며 퀘스트가 뜨는 것도 꽤 그럴듯하다.

문제는 처음 말한 것처럼, 이게 전부라는 것. 자기가 공들여 만든 테마 있는 영웅이 '이런 능력도 가졌어'라며 하악하악 하기에는 좋지만,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 교류를 활용할 곳도 별로 없다는게 문제.

이 CO의 시스템의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라면, 워해머 온라인에서 만들었던 공용 퀘스트(public quest)가 여기에도 있다는 거다. 몇 개의 스테이지로 되어서 X분 안에 몹 Y마리 잡기, 중간 보스 Z마리 잡기를 거치면 PQ 보스 A가 나와 지금까지 흩어져서 스테이지를 뛰던 플레이어들이 모여 보스를 다굴치는 방식. 딱히 파티를 맺을 필요도 없고 각자의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주어주는 이 방식이, CO 전체를 관통하는 게임 진행이라고 생각하면 딱일듯 하다.

나름 신경 쓴다고 플레이어의 '@아이디'를 알면 어떤 캐릭터로 접속을 하던 뾰롱하고 메시지가 나온다는게 그 '친추된 플레이어'와의 유대로 좋긴 한데, 어쩌랴 이미 레벨이 다르고 현재 진행하는 퀘스트가 달라 잡담이나 좀 하는 정도 밖에 안되니 그게 좀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