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이 해외 진출하는데 어려운 점
일반 2009/06/01 15:49며칠 전 게임빌에서 아이폰용으로 컨버팅한 제노니아의 리뷰가 올라왔다. 리뷰의 핵심을 정리하면 "게임은 전형적인 형태(원문은 cliche라고 쓰고 있다)로 있을 건 다 있고 재밌다. 그런데 게임이 조낸 노가다인데다 곳곳의 문법 오류(Grammar mistakes are abundant in Zenonia's English localization)가 있고, 화면에 D-pad가 있는게 아쉽다". 여기에 덧붙이기를 "$5.99라면 적당한 가격이지만,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썼다.
이 터치아케이드의 제노니아 리뷰는 한국에서 아이폰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지침이 되는 리뷰이지만, 한국 게임이 해외로 왜 진출하기 힘든가에 대한 하나의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아마추어나 외부 사람들의 의견에는 '애초에 북미를 타겟으로 만들면 내수 시장보다 더 성공할 수 있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는 국내에 시장이 없는 게임들은 아예 '처음부터 북미(전세계)로 출시하라' 조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왜 처음부터 영문판 게임을 만들어 북미로 출시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길래 성공한 게임이 없을까.
첫째. 게임 자체의 재미는 둘째로 친다고 하더라도, 입맛이 다르다. '일본 게임은 잘도 나가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대한 반론이자 반증인데, 일본은 패미콤 시절부터 전세계 대상으로 게임을 출시했고 이미 30년이 됐다. 그때 10살이던 꼬마가 이젠 40대 게이머가 되었다는 소리이고, 당시 패미콤의 흥행을 고려하면 지금 3~40대 게이머의 상당수가 된다.
게임 뿐인가. 재패니메이션과 코믹북의 지원 사격도 있었다. 요즘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일본식 유머(100톤 망치로 내려치거나 야한 걸 보며 코피를 흘린다거나 하는 유머)들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보면, 그리고 일본식 캐릭터 풍이나 일본식 RPG 스타일이 받아들여지는 걸 보면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적 게임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한국적인 게임이란 건 그냥 '한국 사람이 만든 게임'이라는 소리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한국에서 밥 먹고, 한국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 전세계적 감각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습고, 반대 방향(북미의 게임이 전세계적인가)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우리가 그저 그들의 문화에 절어 사는 것 뿐이지.
그래서 한국 사람이 만든 게임에 (의도하지 않게 포함된) 한국적인 색깔들이 일단 북미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 북미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닌 반반 짬뽕된 어중간한 스타일의 게임, 그게 딱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둘째. 언어의 문제가 있다. 인터넷에서 영어권 유머 중 하나로 "All your base are belong to us"가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게 그냥 웃을 일도 아니라는 거다. 제노니아도 같은 실수를 했다.
앞의 이야기처럼 한국 사람이 쓰는 게임내 대사가 영어로 완벽하게 번역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애초에 무리고 비슷한 느낌의 영어로 바꾸는 정도가 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원래 의도하던 게임의 이야기 전달이나 유머가 그대로 전달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싶게 전달될 수도 있다.
결국 원어 사용자를 옆에 끼고 원작자와 둘이 존나 싸워대며 토론해서 대사를 정하고 원래의 뜻에 가깝게 고치거나 혹은 단락 통째로 전체 분위기에 맞게 고쳐야할 수도 있다. 단지 스크립트 엑셀 파일을 던져주고 번역본을 검수하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스토리 중심의 RPG는 수출이 가장 힘든 장르가 되기도 한다. "대사는 최대한 적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것은 아이콘과 시각화 작업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퍼즐이나 액션 게임쪽이 훨씬 쉽고 그 다음으로 기본적인 룰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플레이어가 채우는 방식의 전략 게임쪽이 쉽다.
셋째.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단지 캐주얼이냐 하드코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플레이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대한 자료도 불충분하고 기타등등.
같은 게임을 놓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반대의 경우도 상상하기 쉽다. '이건 너무 양키스러운 캐릭터입네', '저건 너무 일본색이 지나칩네'하는 이야기들이 그들이라고 없지는 않다. 다만 그런 불평이 있음에도 구매하는 층이 한국보다 너무너무 넓어서 다행이라는 게 있지만. 한국처럼 '없는 시장'에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야 비전이 있긴 하겠지만, 앞의 두 문제와 맞물리면 충격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안정적인 시장과 충분한 인력 풀, 개발 노하우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앞으로 10년을 보고 개발하는 회사가 없는 토양을 놓고 보자면, 해외 타겟으로 전용 게임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에서 왜 콘솔 게임을 만들지 않느냐도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노니아의 사례는 나름 성공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아이폰에 등장한 첫 '그럴듯한' 일본식 RPG이고 $6의 비싼 가격임에도 괜찮은 퀄리티. $1짜리 게임이 반 년 동안 롱런하는 것보다도 제노니아가 한 달만 버티면 같은 매출을 뽑는 거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대기업이 아이폰 전용 RPG를 만들어서 출시하는 건 여전히 꿈같은 소리다. 다른 플랫폼의 게임을 아이폰용으로 컨버팅하는 정도까지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렇다고 해도 사용자들은 당분간 감지덕지 구매하긴 할거다. 하지만 아이폰에 최적화된 게임들이 등장한다면 판도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리게 되리라 본다. $1짜리 아이폰 전용 게임들과 $4~5짜리 대기업의 컨버전 게임들. 둘의 싸움은 결국 끝이 날리 없는 보합세로 예상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