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왕국들(Free Realms)
리뷰 2009/05/25 08:29SOE(Sony Online Entertainment)는 북미에서 가장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MMORPG 개발사이다. EA가 울티마 온라인 이후 MMO 시장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것에 비해, 다른 MMO 개발사들이 별 시장 경험 없이 무작정 MMO 시장에 뛰어든 것에 비해, 미씩(Mythic)이 MUD 시장의 경험과 우연한 DAOC의 성공을 과신하고 워해머를 만들 때, 에버퀘스트 이후 10년이 넘는 경험으로 EQ, EQ2, SWG, 플래닛사이드(Planetside), 뱅가드(Vanguard) 등의 MMOG를 만들거나 퍼블리시 해왔다.
지금까지 북미 MMO 시장의 문제 중 하나는 철저하게 하드코어 시장으로만 흘러왔다는 것이었는데, 이럴 수 밖에 없던 것이 광대역 회선의 보급, 회선 비용, PC 하드웨어 보급 등의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진입장벽을 WOW가 어느 정도 끌어 내렸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반적인 PC의 성능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북미 시장도 점차 캐주얼 MMO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거다. 사실 한국의 MMO 게임들이 북미 진출에서 나름 선전한 것도 이런 캐주얼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서 이번에 SOE에서 나온 자유로운 왕국들(Free Realms)는 큰 의미를 갖는다. 꼬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래픽 풍과 캐릭터로 인간과 요정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계. 다양한 직업들과 그 직업의 개성에 어울리는 미니게임들로 가득가득 채워서 - 각 미니게임들의 퀄리티가 썩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 수가 질을 압도한다 - 모든 직업의 게임플레이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이 직업 저 직업을 깔짝깔짝 해보다가 재미있는 미니 게임에 꽂히면 주구장창 그 직업을 팔 수 있다. 요리사라면 각종 요리 게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재료 썰기, 다듬기, 젓기, 볶기, 굽기 등의 모사를 경험할 수 있고, 심지어 왕국 안에서는 카트라이더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SOE가 꾸준히 만들어왔던 온라인 TCG를 왕국 안에 은근슬쩍 끼워 넣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통해서 게임 방식을 익히고 퀘스트의 보상으로 새로운 카드를 얻는다. 기존의 흔함(common), 드뭄(uncommon), 희귀함(rare)의 등급 뿐만 아니라 홍보용(promotion), 독점(exclusive: 오프라인 카드 팩을 사면 온라인에 등록할 수 있는 코드를 준다. 온오프라인 TCG라는 뜻), 특별(special)의 6가지 등급으로 확장을 해서 게임과 TCG, 오프라인을 적절히 조합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정액+부분유료화라는 과금 방식. 일부 직업은 정액 가입자만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마도 룬스케이프(Runescape) 쪽에서 배워온듯하고, 치장용 아이템들을 따로 판매하는 것들은 '얘들이 도대체 이런 걸 어디서 배웠을까' 싶을 정도. 게다가 강력한 것은 이 아이템들이 모두 직업 귀속이라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다면 추가로 또 구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현재 문제라면, 게임에 협동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어울려서 할 수 있는 뭔가가 없고 그저 혼자 이리저리 다니면서 퀘스트를 하고 레벨을 높이며 돌아다닐 뿐, 다른 플레이어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교류할 일절의 장치가 없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라 채팅 서버가 계속 뻗어댄다는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역시 북미식의 '완성된(팔 수 있을만한) 게임을 출시'한다는 기본 형태가 사라지진 않았다. 한국식의 '대충 기본 틀만 만들어서 일단 서비스 오픈'과 같은 무책임한 방법은 한국 MMORPG의 이것저것을 배워간 흔적을 볼 수 있음에도 발견할 수 없다, 짐작컨대 체질적으로 이를 지양하는 것이리라.
결론적으로 자유로운 왕국들은 북미에서 본격적인 캐주얼 MMORPG의 개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룬스케이프가 어쩌다 캐주얼 MMORPG가 되었던 것에 비교해서 - 이건 바람의 나라가 초딩 대상의 게임으로 변하게 된 것과 비슷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타겟 시장에 적합하게 기획하고 개발한 첫 게임이라는 뜻이다.
이제 WOW가 다져놓은 북미 MMORPG 시장이 훨씬 빠르게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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