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게 존재한다. 목적성이 없는 이동, 무언가를 하기 위한 기다리는 시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플레이어가 게임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은 시간'이라면 대충 이해가 될 것 같다.

대표적으로는 사냥중 전투와 전투 사이에 몹 스폰(spawn 또는 generation을 줄여 '젠'이라고 하기도 한다)을 기다리는 시간, 행동을 하기 위해 쿨타임을 기다리는 시간, 아이템 제작이나 채집 진행 바(progress bar)가 올라가는 걸 바라보고 있는 시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시간들이 대체로는 10여 초 이내에서 해결이 되지만, 어떤 게임들은 1분 가까이 되거나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FPS 게임에서 부활해서 전투 지역까지 달려가는 시간이 그렇다. 배틀필드 시리즈에서는 전투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지만, 원하는 곳까지 달려가는 시간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플레이어가 알차게 사용한다면 언덕 능선들이나 하늘이라도 경계하며 적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하기도 하겠지만, 배틀필드보다 전장이 좀 더 한가한 게임들은 그럴 필요도 없는 '붕 뜬 시간'이다. 맵이 황당하게 넓은 플래닛사이드 같은 MMOFPS는 이게 특히 더 심하다.

이걸 극단적으로 줄여보겠다고 생각한 게임이 바로 최전방(Frontlines - Fuel of War)이라는 게임이다. 배틀필드와 기본적으로 같은 게임성 - 차량을 타고 조종하거나 보병으로 병과를 선택해 전투하는 방식 - 에 전장을 축소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점령 포인트와 점령 포인트의 거리를 줄이고, 점령 포인트에서 부활해서 전장까지 이동하는 거리(시간)를 짧게 만들었다. 괜찮은 시도기는 했지만, 오히려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그게 또 난장판의 재미라는게 있기도 했다마는.

MMORPG에서 게임 플레이가 반복적이고 성장을 위한 경로로 경험될 때, 예를 들자면 변화가 부족한 전투 방식 - 몹으로 가까이 이동해서 123 123으로 클릭만 하면 몹이 죽는 게임 방식 - 에서 특정 레벨에 대한 내적 목표(플레이어 자신만의 동기부여)가 생겼을 때, 플레이어는 123 123이 별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게 체감될 수 있다.

이건 특히 생산직 게임들의 채집 과정이 심하다. 뱅가드(Vanguard)나 와우(WOW) 같은 경우는 채집 대상이 3~4회 채집으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다른 채집물로 직접 이동을 해야한다. 이 과정은 플레이어의 직접 행동을 유도하고 (적대 진영의 플레이어가 있거나 하는) 주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처해야만 하는 적당한 집중도를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채집물이 아주 오랫 동안 두들겨 채집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임들은 채집 과정이 단순한 클릭의 반복일 뿐이고, 집중도가 매우 낮게 된다. 게다가 이게 주변의 적대적 변화에 안전한 위치에 있어서 맘 놓고 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차라리 TV라도 보면서 클릭하는게 더 재미있는 상황이 된다.

결국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긴장(혹은 템포, 호흡이라고도 한다)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시간이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관점을 갖게 된다.

맵이 넓다는 건 어떤 게임에는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게임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맵의 공간들이 어떻게 채워져 있느냐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가능성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냐도 중요한 관점으로 봐야 한다.

  • 다크폴에서 땅을 파는(mining) 중에 생각이 나서...
  • 그런데 이 시간을 뭐라고 콕 찝어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