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폴(Darkfall)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 UO)을 3D로 만든 것 같은 MMORPG로 스킬의 구조나 사회의 구조 등 모든 것이 UO를 떠오르게 하는 게임이다. 거기에 UO에서 부족했던 거라고 느꼈던 디테일들이 추가되어 3D 공간 상에서 꽤 훌륭하게 만들어진 게임이다.

다크폴은 대상이 없는 전투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공격은 몹이던 플레이어던 상관없이 맞게 되어있고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것은 소위 '회색(gray)'이라고 부르는 태그를 붙이도록 되어 있다. 며칠 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플레이어의 공격 행위는 그래서 최대한 범위가 적은 무기를 활용하거나, 범위 무기의 경우 다른 플레이어를 때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한다.

자신에게 범죄자 태그가 붙는 순간 몹을 때리던 플레이어는 주변 플레이어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희번득거리며 범죄자가 된 이 플레이어를 다굴쳐서 잡고 소지품을 강탈하는 일도 수시로 벌어진다.

울티마 온라인이 그랬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은행에 따로 보관하지 않는 한, 소지품을 모두 잃도록 되어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플레이어를 잘못 때렸다가는 다굴을 맞고 죽거나, 마을 안에서 무기를 꺼내들고 다니다 실수로 클릭이라도 하는 날에는 경비탑에서 날아오는 레이저 - UO처럼 경비병이 날아오지는 않는다 - 를 맞고 비석을 띄우는 수 밖에 없다.

HP가 바닥으로 떨어질 경우, 옆의 플레이어들은 부활(revive)시키거나 마무리 일격(gank)을 선택해서 시전해줄 수 있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대략 1분 가량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필드에서 옆 사람을 때리고 죽은 플레이어는 마무리 당하기가 일쑤이다. 소지품을 털어먹을 절호의 기회니까.

그래서 다크폴의 전투는 일격 일격이 신중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경우라면야 마음 놓고 장대 무기(polearm)를 휘두르겠지만, 경쟁과 투쟁으로 점철되는 다크폴의 세계에선 몹 하나에 우루루 몰려드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신경쓰느라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계는 말 그대로 무법이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성향이 악(evil)으로 변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 옆 플레이어가 몹에 맞고 쓰러지기를 바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쓰러진 사람은 마치 좀비 영화를 방불케 시체 옆으로 몰려들어 루팅(looting)할 준비를 하고 선다.

내가 선을 추구하는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을 추구하는 쪽도 아니라 - 대부분 성향이 변경되는 게임에서 엔딩을 보고 나면 꼭 선과 중립의 1/3쯤에 걸치는 성향이랄까 - 적극적인 이익 추구를 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재산을 쌓기가 매우 힘들다. 가끔은 눈 딱 감고 HP가 간당간당한 저 놈을 후려치고 옷을 싹 뺏어 입을까 유혹이 있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철저하게 개인적인 무법 원시 사회 속에서 광물과 나무를 캐서 약간의 돈을 벌었다. 하지만 제 몸 보호할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갑옷을 입고 다니기가 무리다 싶어 알몸에 무기만 덜렁 들고 무기와 마법 숙련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97년 초, 울티마 온라인을 시작했던 그 때가 계속 오버랩된다. 여기가 아곤(Agon) 대륙이라는 것만이 다르다.

  • 유료 서비스는 시작했는데 계정 등록은 제한적 한시적으로만 가능하다.
  • 서버는 하나. 서버당 캐릭터도 무조건 하나. 하드코어의 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