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연구 범위

일반 2009/03/30 00:28

여기저기서 게임 관련 논문들을 보면 주로 이미 있던 학문의 범위 - 경제학, 심리학, 교육학, 문학 등 - 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내용들인듯한데, 사실 내가 보는 게임 연구의 가장 필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게임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 연구란 뭘 하는 걸까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해봤다.

1) 게임 요소의 관계
게임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 즉 스토리나 동기부여와 보상의 구조, MMORPG의 PVP나 하우징(housing) 같은 것들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코스티키얀의 "I have no word & I must Design"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서로 다른 여러 게임들에 존재하는 유사한 요소들의 상호 비교하고 변형되는 과정이나 게임끼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 진화하는 형태를 연구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D 슈팅 게임이 종횡에서 시작해서 여러 방향으로 총알을 뿌리다가 결국에는 FPS로 발전하는 것도 이 범위에 속한다.

2) 게임의 관계
주로 FPS 장르의 게임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굉장히 다양한 변형과 시도를 해왔다. 처음 슈팅 게임이 가지고 있던 단순한 쏘고 피하기에 인벤토리나 경험치, 퀘스트 같은 RPG의 요소들이 첨가되기도 했고 어드벤처 게임의 퍼즐 같은 길 찾기와 이야기 구성들이 덧붙여져 이제 FPS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게임들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장단점을 교류한다. 그래서 이 게임의 관계들은 일종의 게임이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게임과 요소의 관계
어떤 게임 장르에는 장르의 특성에 부합하는 요소가 있고 장르의 특징을 해치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으로 변화하는 도중에 과금 형태나 플레이어 통제의 필요로 덧붙인 장치(요소)들이 오히려 게임에 해가 되는 것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요소가 어떤 장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어떤 요소가 온라인 게임들의 특성에 해를 주는지 연구할 수 있겠다 싶다.

4) 플레이어의 행동
게임 공간 안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연구 방향을 말한다. 플레이어가 게임 공간에서 보이는 행태들이나 여러가지 성향, 취향 들을 분석하고 통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각 그룹들의 패턴을 분석해서 그들에게 적합한 게임, 적합하지 않은 게임도 골라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 관점은 게임들이 점차 온라인화 되면서 좀 더 큰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기도 하고, 또 게임과 사회의 관계나 게임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하는지에 대한 부분과도 연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플레이어의 심리
앞에 이야기했던,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 대한 심리학이나 행동 분석 등의 연구를 말한다. 게임이 아동의 성격 형성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사회성을 해친다거나 폐쇄적 성격을 치료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하는 주제가 여기에 들어간다.

6) 플레이어와 외부인의 관계
4)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5) 플레이어의 심리 등과 맞물려서,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폐쇄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족 관계를 거부하고 게임에 매진하는 유형도 있고 게임에서 잘못 학습된 사회 가치관을 타인에게 쏟아내는 경우도 나타난다.

7) 게임과 사회의 관계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카스트로노바 같은 경제학 기반의 연구자들이 관심있어하는 분야이기도 한 아이템 현금 거래(RMT)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게 될 거다. 또는 게임 안에서 가상 정부를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8) 플레이어와 사회의 관계
이런 관점을 많이 발견한 건 아니지만, 게임 세대 회사를 점령하다 같은 책은 이런 관점에 좋은 출발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안의 공간에서 배운 것들을 현실 사회에 어떻게 적용하고 적응하느냐 하는 것도 하나의 연구 방향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 연구 방향들 중에 어떤 것은 중요하고 어떤 것은 중요하지 않다거나, 특히 게임 자체 - 게임 요소와 게임 - 에 대한 연구는 마치 저열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의 연구나 심리학, 교육학 관점의 연구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작 게임을 만들고 하는 우린 게임 자체도 아직 모르지 않나.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던 그렇지 않던, 어쨌든 나는 1~4의 범위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고, 이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게임 밖의 세계에 주는 영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난 게임 자체가 더 중요하다.

  • 쓰고 보니 그냥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