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게임의 성공 이유
컬럼 2009/03/21 08:11평소에 게임을 좋아하던 어떤 사람이 최신의 컴퓨터 사양으로 최고의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와 빵빵한 사운드와 죽이는 모니터를 수천만 원을 들여 구매했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처음에 이 사람이 컴퓨터를 배달받으면 설치를 끝내고 나서, 무슨 짓을 할까. 아마 이 사람은 일단 갖고 있던 게임 중에 버벅대던 게임을 최고 사양으로 놓고 플레이하며 '뻑이 갈'거다. 그리곤 새 게임을 사러 달려 나갈 거다.
무슨 말이냐면, 아이폰과 같은 전에는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UI의 기기를 구매했다면, 게이머는 거기에 어울리는 게임을 찾을 거라는 뜻이다. 아니 그가 게이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평소에 쓰던 필요한 유틸리티더라도, 아이폰의 UI를 최대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찾게 될건 틀림없다.
아이폰이 처음 발매되고 나서 얼마 전까지 나온 게임들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기존 게임을 아이폰에 쑤셔 넣는 중'이라는 거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게이머는 이동중에 할 게임을 찾거나 컴퓨터의 화려한 스펙과는 뭔가 다른 형태의 게임을 아이폰에 기대하게 되고, 아이폰의 멀티터치(Multi Touch)나 자이로(Gyro Sensor), 혹은 무선 인터넷 기능을 활용한 뭔가를 기대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이폰 초기의 게임들은 '쑤셔넣기'와 '시장 선점'에 초점이 맞춰졌고, 기존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던 인기있던 게임들을 옮기는데 급급해서 이런 관점을 찾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각종 퍼즐 게임과 디펜스류 게임들이 그렇게 옮겨졌고, 급기야 3D 액션 게임이라고 만들어진 Kroll 같은 게임은 화면에 큼직한 방향키와 버튼을 넣는 망칙한 짓까지 하기에 이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간지나는' 게임이 하나 나오게 된다. 위의 플레이 영상에 나오는 게임은 얼마 전 한국산 게임이 앱스토어 판매 순위 상위 10위에 들었다고 각종 언론들에서 난리가 났던 헤비막(Heavy Mach)라는 게임이다. (헤비마흐, 헤비맥 등 독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계(machine)의 mach와 mech의 중의인듯하다. 그렇다고 '중기계'로 번역하기도 뭣해서 음역했다.)
사실 헤비막은 게임의 내용으로만 보자면 1982년에 나온 월면 순찰(Moon Patrol)이라는 플랫포머의 아이폰 버전이라고 보면 끝이다. 월면을 주행하던 차량은 중전차(重戰車)가 되었고 수직으로만 뿅뿅 쏴대던 총은 이제 전방향으로 쏠 수 있게 되었지만, 기본적인 게임 로직은 문패트롤에서 달라진게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이 게임에 열광하고 탑10으로 끌어올리게 된걸까. 가장 중요한 점은 헤비막이 아이폰 UI를 100% 사용하고 있으면서 이것이 게임에 잘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탱크의 기동은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서 하고 점프(드래그)와 총알 발사(탭)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간간히 바쁘게(불편하게) 무기를 바꿔야 하기도 하지만 이건 사소하다.
게이머는 이 게임의 리뷰를 보면서 "와, 내가 생각했던 아이폰으로 게임하는 느낌이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 게임이 PC용이나 콘솔용으로 나와서 아이폰 버전과 같은 값에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각종 3D 게임들 틈바구니에서 헤비막이 실행될 기회가 있었을까? 아니다. 헤비막은 아이폰용 게임일 때에만 생명력을 갖게 만들어졌다.
사실 이건 모든 새로운 UI를 가진 플랫폼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부분이다. 게이머는 어쩌면 아이폰에서 WOW를 실행하는 걸 기대할지도 모르지만, 아이폰에서 돌아갈 WOW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PC의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아이폰에 맞춘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못한 게임 중의 하나가 최근 스퀘어에닉스에서 발표한 PC용 마지막 잔재(Last Remnant)라는 게임이다. 콘솔을 그대로 PC로 옮긴 UI에 마우스 커서를 하나 추가한 것으로 모든 게임을 진행해야하고, 심지어 패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다. 아마 저 게임은 크로스플랫폼에서 최악의 사례가 될 거라고 확언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데모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래서 아이폰에서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게임 자체의 재미는 제외하고) 게임의 인터페이스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모바일 특징에 어울리는 플레이 시간(가능한 짧게 끊어져야 한다)이고, 여기에 빼놓으면 안되는 게 "와 저 사람 지금 아이폰으로 정말 재밌어 보이는 게임을 하고 있어"라고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뽀대다. 그럴듯한 그래픽으로 아이폰을 이리저리 돌리고 두드리면서 열중해서 하는 모습은, "길바닥에서 뭐하는 짓인가"라는 시선을 무시하고 몰입하게 해줄뿐 아니라 아이폰을 산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기준에서 다시 헤비막을 보면, 이건 현재의 기준에선 100점 짜리 게임이라고 불러도 된다.
게임은 단지 게임이 아니다. 앞의 '기준'에서 언급했듯, 길바닥에서 하는 게임이라면 스스로에게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몰입, 기기에 대한 만족과 게임에 대한 만족을 주는 것 외에 사회적인 모양새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그래서 진짜 아이폰 게임을 만들기도 찾기도 어렵다.
- 아이폰 게임들에 관심이 있다면 Touch Arcade의 리뷰들을 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