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오락실

일반 2009/03/17 20:49

집에 들어오는 길에 상가 앞 오락기에서 게임에 열중한 꼬마들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2~3학년 되었을까 싶은 아이들인데,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게임이 끝나 일어나려는 걸 다시 앉혀놓고 사진을 하나 찍었다. 혹시나 이 애들 부모라도 사진을 볼까 덧붙이면, 얘들은 몇 판 하지 않았더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 현상, 오락기가 문구점 앞에 자리잡은 것에서 좋은 면이 보인다. 문구점 앞 오락기가 아이들이 학원과 집의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며 이를 마녀사냥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수십 년 전 동네 곳곳에 오락실이 자리잡고 아이들이 땀 냄새와 담배 냄새와 어두컴컴한 불빛 속에서 게임을 하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진게 아닌가 생각한다.

확실히, 이전 내 어린 시절 오락실의 이미지에 비하면 나아졌다. 게임에 열중해 생 담배 연기를 퍼뜨리다가 뒤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는 어른도 없고, 돈이 떨어졌다며 하급생을 위협해서 동전 푼을 뺏어가는 형들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학원-집의 쳇바퀴에서 잠시 서서 게임하는 걸 구경하거나 작정하고 놀 시간을 내지는 못해도 짬짬이 게임을 하고픈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는 면에서 이건 확실히 나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좋던 싫던 게임은 요즘 아이들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고, 아이들은 부모들의 눈 밖에서 어떻게던 게임을 한다. 한 알 두 알 모아 휴대폰에 게임을 하나 다운받고 한 달 내내 닳도록 플레이하는 중고생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이고, 이 휴대폰을 여러 명이 돌려가면서 수업 중에 같이 플레이하기도 한다. 컴퓨터던 휴대폰이던 휴대용 게임기던, 오락실은 사라졌다지만 아이들 관심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뭐든 문제점을 하나 발견하면 일단 금지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음식이라면 일단 금지하는게 옳은듯하지만, 문화 요소에서 좋다 나쁘다를 검증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한 때는 게임도 '두뇌 개발'이라며 광고를 하기도 했더랬고, 가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게임기도 있을 뿐 아니라, 바쁜 현대인에게 운동할 기회를 준다는 게임도 있다.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RMT)나 과몰입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일수도 있지만 다른 원인의 결과가 해당 현상으로 표출된 것일수도 있다.

아이들이 게임하려는 욕구는 앞으로 더 증가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좋은 방법으로 더 재미있게 적당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에 연구가 필요한 것이지, 금지만으로는 저 아이들이 문구점 앞에서라도 게임을 하고싶어하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교육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문제점만 들추고 보고하는 식'으로 논문을 써대는 것도 솔직히 불만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