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게임 회사는 크게 퍼블리셔(publisher)와 스튜디오(studio)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한국의 회사들은 왜 스튜디오식 개발이 갈수록 사양화 되는가. 이런 질문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국의 개발 방법과 외국(북미)의 개발 방법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한국의 게임 퍼블리셔에는 게임을 아는 인재가 없다. 어떻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사람이 산하의 개발사를 관리하는 자리에 있지를 못하다.

그래서 그 결과, 퍼블리셔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서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있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개발사는 퍼블리셔에서 어떤 게임을 원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저 개발 총책임자의 시각에서 이렇다 저렇다 결정된 것을 (그것이 그의 독단이고 게이머들의 의견에 합치되지 않은 것일지라도) 일단 만들고 본다.

퍼블리셔는 개발 과정에서 대중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조사나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가고 있는지를 검증하지 못하고, 또 게이머의 계층을 정확하게 타겟팅하거나 시장을 분석하고 있지 못하므로 개발사에서 만들어 보내준 게임을 '이렇게 나올 줄 알았나'라고 생각하며 그저 울며 겨자먹기로 출시하고 본다.

개발사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개발한다고 해도 그걸 보지 못한 것이 원죄가 되겠지만, 어떤 시장에서 얼마나 어떤 관심을 가지는지 알지 못하므로 퍼블리셔는 포털의 메인에 배너하나 덜렁 띄워주고는 마케팅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포털의 메인 페이지가 수천만 PV(page view)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모두 게이머가 아닌데다가 (그들이 설혹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그 게임에 관심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건 무시한다.

심지어 길거리 버스 정거장이나 시내 버스에 게임을 광고하는 경우들을 보면, 퍼블리셔가 퍼블리싱이 뭔지를 알고 있는지가 의문이 들고 마케팅을 하는 담당자들이 얼마나 게임에 무지한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대형 포털 퍼블리셔와 함께 일을 했던 개발사들은 포털 기반의 퍼블리셔와는 다시 거래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퍼블리셔는 게임을 이따위로 만드는 개발사와는 함께 일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결국 '관리안되는 개발사를 외부에 두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는 개발사를 흡수해서 서드파티(3rd party)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애초에 퍼블리셔의 능력이 부족한데 내부로 끌어들이고 이것저것 손을 댄다고 좋은 게임이 나올리는 만무하다.

이렇게 포털이 퍼블리싱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대형 포털의 자회사들에서 만들어지고 망가진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 부지기수다.

외국의 퍼블리셔들은 게임 개발에 지속적으로 관여한다. 함께 기획 방향을 설정하고 끊임없이 시장의 동향을 분석해서 개발사에 전달하며 개발사는 내부 테스트 버전부터 퍼블리셔와 함께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릴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는 많은 외국의 개발사들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끝내고 난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퍼블리셔가 끊임없이 관리를 해줬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게임이 대박을 쳐서 덩치가 커지는 게임 회사들은 이런 예에서 조금 다르겠지만 결국 골자는 대학 시절 게임에는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던 - 눈꼽 만큼은 있어서 서든어택쯤은 소령 달았던 - 사무직 사원을 채용해서 덜컥 게임 관리 프로젝트를 맡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뒤의 내용이 비슷하게 흘러간다.

게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각 계층의 게이머들이 어떤 게임을 선호하는지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1~2년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게임 시장을 줄곧 눈여겨 보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결국 문제는 인재의 중용에 있다. 대졸 출신의 게임 잼병들이 게임 업계의 대기업화에 침흘리며 어떻게든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재앙이 시작된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채용하고 관리할 관리직이 '게임을 잘 만들야 잘 팔리지'라며 자기 고집에 갇혀 손 놓고 앉아있는 것이 더 큰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퍼블리셔를 보며 포기한 채 '쟤들이 뭘 알아, 돈만 쏴주면 되지'라고 마음대로 만드는 스튜디오 쪽의 암묵적인 합의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다. 퍼블리셔는 시장에 밝은, 다양한 게임에 경험을 가진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고 그들에게 개발사와의 소통을 맡겨야 한다. 개발이 시장을 외면하고 독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관련 시장에 대한 리포트와 좀 더 시장성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개발사는 퍼블리셔들의 제안을 항상 열린 상태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 시장에 대해서 개발자의 관점과는 반대로 시장성, 사업의 관점에서 그들이 제시하는 내용들에 대해 게임의 개발 방향에 옳은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