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G와 RTS의 조합
일반 2009/02/26 03:48TCG(Trading Card Game 혹은 Collectable Card Game)는 그 자체로 매력이 있는 플랫폼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자원(cards)을 활용해서 전략을 세우며 덱(deck)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의 게임을 즐기게 되고, 이렇게 만든 덱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하면서 또 새로운 게임을 즐기게 된다. 말하자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두 가지 게임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TCG의 팬층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같고,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TCG는 계속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면서 팬들을 유혹한다. 초기에 마법(Magic: the Gathering)이 크게 흥행한 이후 시장이 계속 발전하다가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넘어오고서는 오프라인의 카드를 뽑고 플레이하는 방식을 조금 그럴싸하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온라인 환경의 발전과 맞물려서 이젠 다양한 형태로 조합이 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얼마전 서비스를 종료한 듀얼게이트가 카드를 수집해서 유닛을 소환하고 그 유닛들로 싸우는 전략 게임 형태로 등장한 것이 있었고, 최근에는 EA에서 정신이 나갔는지 전쟁 화로(Battle Forge)라는 게임을 테스트하고 있다. 각종 국내 리뷰에서 엄청난 그래픽 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글쎄. 베타가 끝나고 나서 부스터를 직접 돈 주고 사라고 하면 할 사람이 한국엔 아무도 없는 게임이다.
TCG는 그 특성상 RTS와 조합되는 것이 가장 궁합에 맞는 게임이다. TCG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덱을 만든다'라는 부분과 '유닛을 소환한다'는 두 가지가 자신이 조합한 덱의 유닛들로 상대가 소환한 유닛들을 물리치는 전략 게임으로 만들어지기에 아주 탁월한 게임성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런 조합에서 대부분의 게임들이 간과하는 것들은, '플레이어는 카드를 모두 돈 주고 사야한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TCG에서 카드 한 장을 따로 사는 경우는 드물지만 - 국내에서는 많이 시도 했던바 있다 - 기본 팩('스타터(starter pack)'라고 부른다)으로 받은 것 외에 부스터 팩이라고 부르는 12~15장 뭉치로 10불 내외 하는 것을 여러 개 사서 필요한 카드들을 구하는 과정이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을 갖는다는 걸 간과한다는 거다.
쉽게 말해서, TCG는 현실의 돈이 게임에 가장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작용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플레이어는 '카드 사 뽑기'라는 운 요소가 이 게임의 기본 바닥에 작용하고, 그 다음에서야 덱 구성과 전략 수립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며, 또 그 다음에야 전략 운용의 재미를 느끼게 되는 구조라고 봐야한다.
그래서 TCG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근본적으로 저 첫 번째 단계, '카드 사 뽑기'의 진입 장벽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이 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카드를 너무 쉽게 모으게 되면 전략이 평준화되고 -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매우 빠르게 퍼지며 이것은 표준 전략이 된다 - 카드를 너무 힘들게 모으면 소수의 플레이어가 다 휩쓸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TCG를 이용한 게임들이 국내외에 많은 관심을 끌지만, 전세계 시장에서 출시되는 온라인 TCG들도 고전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실제 대부분의 온라인 TCG들은 공개 베타 테스팅에 (참여하는 인원도 얼마 안되지만) 우루루 몰려 공짜로 제공해주는 스타터와 부스터들을 가지고 재밌게 놀다가 이후 부스터가 유료로 전환되는 순간 급락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 아마 SD 건담 캡슐 파이터와 듀얼게이트가 좋은 사례 연구가 될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