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여명 2 (Warhammer 40K: Dawn of War II)
리뷰 2009/02/04 10:25렐릭 엔터테인먼트는 홈월드를 시작으로 해서 전략 게임(Real Time Strategy, RTS)에서 잔뼈가 굵은, 오히려 블리자드보다 RTS에 더 많은 노하우를 쌓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스타크래프트로 모래사막2(Dune 2) 이후에 만들어진 RTS의 기본 골격에 양념을 치고 맛을 북돋는 정도의 회사였다면, 렐릭은 재료를 새롭게 가공하는 법을 발견하고 레시피를 만들어낸 회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렐릭의 RTS에는 건물을 짓는 빌드라는 개념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아기자기하게 본진을 이쁘고 아름답게 꾸미며 새로운 유닛을 생산하기 위해 도시 건설을 하거나 레드얼럿처럼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고 하는 과정이 매우 단순화되어 플레이어가 전략 게임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는 뜻이다. 홈월드 시리즈 뿐만 아니라 전작 전쟁의 여명(Warhammer 40K: Dawn of War, DOW), 그리고 영웅들의 중대(Company of Heroes, COH)의 변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DOW2는 그렇게 렐릭의 전통을 잇는 나름의 시행착오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홈월드가 '접전 지역'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DOW에서는 자원 거점이라는 것을 만들어 해결하였고, 난전 형태의 DOW 전투를 COH에서 보급선과 승점(Victory Point,VP) 개념을 통해 정리했던 이전의 시행착오를 DOW2에서 집대성해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건물을 짓는다' 개념은 단계(tier)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대체되어 플레이어들의 본진은 덩그러니 본채만 남아 있고, 옆엔 본채를 지키는 두 개의 터렛만 멀뚱멀뚱 서 있다. 현재 자원 상황에 따라 유닛을 생산해서 맵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자원 거점과 승점 거점으로 자신의 분대를 보내 상대 유닛들을 물리치고 깃발을 꼽기만 하면 된다.
플레이어는 그래서 별로 많지도 않은 (대략 각 종족마다 12~3개 정도 있는) 유닛들을 적절하게 생산해서 보내고 (COH부터 만들어진) 엄폐 위치를 잡아 효율적인 전투를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유닛이라도 좋은 엄폐 위치를 잡고 집중 사격을 시작하는 곳으로 뛰어들기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상대를 자신이 유리한 곳으로 오도록 만드는 플레이와 측면으로 우회하는 기술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만들어진다.
이건 RTS에서 모래사막 이후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정리했던 '유닛 VS 유닛'의 전투 개념에서 지형과 방향성이라는 개념이 추가된 굉장히 진보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단지 가까운 곳의 적을 무조건 공격하던 1차원적인 개념(거리 개념만 존재)이 아니라 방향의 개념이 추가되어 훨씬 다양한 형태의 전투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건물을 점령하고 거점을 방어하며 우회해서 적의 기관총좌(Machine Gun Nest)를 공격한다. 여기에 워해머 특유의 세계관으로 (로켓 점프를 해서 적을 찍어 밟은 뒤에 공격을 시작하는) 우주 해병대(Space Marine)의 강습 보병(Assault Marine)이나 로켓을 비처럼 난사하는 오크(Ork)의 탱크 박살 분대(TankBustaz Squad)들의 화려한 효과들이 난무한다.
사실 전작 COH의 특징이 그랬듯이, 전장에 쏟아지는 총알과 폭발 효과들, 포탄에 박살나는 벙커나 건물들 같은 다양한 효과들이 플레이어가 게임의 컨트롤이나 승리보다 이 영화적 효과에 취해 '지는 기쁨'을 줬던 것을 기억하면, DOW2가 우주라는 것에서 그 효과들이 더 엄청난 걸 당연히 상상할 수 있다. 궤도에서 떨어지는 광선 폭격은 당하는 입장에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이제 밸런스를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아니 렐릭은 원래 밸런스에 관심이 없었다. COH의 진영간 밸런스에 문제가 되기되자 개발자는 말했다, "그들은 원래 강합니다". WCG(World Cyber Games) 같은 게임 대회를 위해서 같은 진영끼리 싸우게 해줄 수는 없느냐 되기만 한다면 더 많이 팔릴 거라고 하자 그들은 말했다, "설정상 안됩니다". 워해머 40K의 종족들은 그래서 그들의 생각처럼 "원래 강하므로 강하다"는 스타일이 유지될 거라는 게 첫 번째 문제이자 걱정꺼리.
COH에서 만들어진 VP 시스템 - 승점을 먹고 버티는 시간 만큼 상대의 점수를 깎아내고 각자 500점에서 시작해서 상대를 0으로 만들면 이긴다 - 은 이제 3초당 계산에서 2초당 정산으로 바뀌어 훨씬 진행이 빨라졌다. 하지만 자원이 들어오는 속도는 여전히 COH와 거의 같으므로 대략 게임의 규모는 30% 정도 감소했다는 뜻. 등장하는 유닛의 숫자를 제한하기 위한 계산이었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좁은 맵에서 아웅다웅하게 만들고 짧은 시간에 경기가 끝나며 정신없다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너무 빠르다'. 화려하고 급박하지만 생각하고 뭘 할 시간도 없어졌다.
빌드 개념이 사라지고 좁은 맵에서 박터지게 싸우는 건 좋은데, 이젠 유닛들의 생산이 너무 쉬우니까 게임 진행에 변화가 너무 적어졌다. 말하자면 MMORPG의 123 123 컨트롤과 같은 느낌. 쉽고 화려하고 박진감은 넘치게 만들어져있지만 너무 단순하다.
네 번째로 뭔가 완성도가 낮은 느낌. 스타크래프트2를 의식해서 빨리 뽑은 것인지 -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내년에 나올텐데 - 디자이너가 바뀐 것인지 COH 같은 맵 디테일이 없고 유닛들의 기능 설정이나 배치도 썩 좋지 않다. 게다가 멀티플레이 테스트 열흘 만에 '게임 진행이 너무 빠르다'고 이제서야 깨닫고 패치를 긴급히 준비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 수석 디자이너가 당황하고 있는게 눈에 역력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다섯 번째는 멀티플레이. COH에서 렐릭 온라인을 만들고서 서버 관리에 얼마나 데인건지 COH 온라인은 중국에 DOW2는 윈도즈 라이브(Games for Windows Live)에 제휴를 해서 서버 관리를 넘겨버렸다. 그리고는 윈도즈 라이브의 트루스킬 랭킹 시스템(TrueSkill™ Ranking System)을 그대로 도입했는데 여전히 매칭에 오래걸리고 여전히 적당한 상대를 제대로 찾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DOW2의 각종 제휴 회사 목록과 로고는 경외감을 느끼게까지 한다. 이게 다 관리가 되나 싶기도 하고.)
렐릭이라는, 기대하고 있던 회사에서 기대하고 있던 게임이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는 3% 정도 부족감을 느낀다. 스팀에서 하는 공개 멀티플레이 베타를 좀더 일찍 해보려고 (전작의 마지막 확장팩 보유자는 일주일 우선 플레이가 가능했더랬다) 낚여 살뻔 하기도 했는데, 아직 뭔가 살짝 부족하다. COH가 나왔을 때처럼 충격과 공포와 감동이 함께 밀려오던 그 만큼은 아니다.
- 현재 스팀을 통해서 무료 공개 멀티플레이 베타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