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레이지(Metal Rage)
리뷰 2009/01/30 11:30서든어택으로 캐주얼 FPS 라는 시장을 만들어낸 게임하이의 신작이다. 한국 시장에서 SF 필패라는 나름의 징크스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건대 아직까지는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메탈레이지는 기존의 메카닉 FPS들과 많은 차별점을 가진다. 첫째로 메탈레이지는 메카닉을 테마로 하고 있지만 기본 골격은 서든어택을 차용하고 있어 멕워리어 시리즈나 아머드코어 시리즈를 즐겼던 '진짜' 메카닉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리얼리티는 애초에 메탈레이지의 관심 방향이 아니었을 뿐더러 메카닉에 탑승하고 있다고 인지할 수 있을만한 UI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게임적인 생략이나 은유도 아닌, 말 그대로의 '관심 밖'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든어택의 메카닉 스킨이랄까.
둘째로 멕워리어나 아머드코어가 각각 중량, 적재량, 파츠의 특성 들을 핵심으로 놓고 자신의 기체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에 비해, 서든어택은 병과를 여덟 개로 나누고 각 병과에는 정해진 몇 가지의 선택 바리에이션만을 갖는다. PPC를 달랑 두 개 들고 썬더볼트를 사냥하는 메서슈미츠 같은 치고빠지기를 구사하던 멕워리어의 쿠거나 푸마 같은 경량 변칙 기체 같은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셋째로 멕워리어나 아머드코어에 비하면 메카닉이라기 보다는 장갑에 가깝다. 게임상 공간에서 가장 큰 기체도 버스 잔해를 엄폐물로 사용할 수 있고 육교를 올라가지도 못하는 등으로 보아 기체의 크기(높이)는 대략 2~4m 내외. 속에 사람이 들어간 공간을 감안하고 나면 로봇이라기보다 장갑에 가깝고 이런 설정은 게임의 속도나 플레이 공간과 연결되는 메탈레이지의 가장 큰 특징이 된다.
게임하이가 왜 거대 메카닉물 - 멕워리어의 경우 대략 높이 15~30m에 20~100톤이고 아머드코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 이 아닌 소형을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게임플레이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좁은 맵과 빠른 리스폰과 빠른 전투 참여. 마치 서든어택을 그대로 옮긴듯한 이 방식은 이미 국내에서 충분히 검증된 이유 있는 FPS의 게임 진행이기 대문이고, 이렇게 '빠른' 진행을 위해서는 거대 병기와 거기에 따라 거대해지는 맵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소형화'는 사실 한국에서 메카닉을 주제로 설정한 게임들의 필수적인 것이었다. 액시스(Axis)가 그랬고 랜드매스(Landmass)는 노골적으로 장갑 개념을 사용했다. 넓어지는 맵과 한없이 늘어지는 라운드 시간 길이를 감당하는 건 아무래도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위험하다는 건 자명하다. 멕워리어와 아머드코어의 팬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이들이 100% 구매를 한다고 해도 서든어택의 매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니까.
역할 분담을 죽이는 레벨 디자인
팀포트리스2가 나오기 이전부터, 최근 멀티플레이의 화두는 단연 역할분담이었다. 역할 분담은 플레이어들을 협동하게 하고 각각의 개성을 살릴뿐아니라 게임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RPG 뿐만 아니라 RTS, FPS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팀포트리스2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그 효과를 검증했고 영웅들의 중대(Company of Heroes), 충돌하는 세계(World in Conflict) 같은 전략 게임들로도 옮아갔으며 AVA 같은 FPS 게임들에서처럼 기본적인 병과를 분리해 역할을 만드는 건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메탈레이지의 역할 분담은 이런 면에서 꽤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플레이어들은 여덟 개의 병과 중에서 자신의 역할을 선택할 수 있고 현재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역할을 결정해서 선택하고 바꿔 참여할 수 있다. 팀이 승리하려면 저격 유닛이 필요한지, 수리 유닛이 필요한지, 아니면 돌격 유닛으로 적진을 헤집어 저격수만 잔뜩인 팀에 도움이 될 것인지.
그런데 이런 역할 분담을 채택했음에도 메탈레이지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오판을 했다. 하나는 각 역할에 어울리는 보상이다. 기본적인 FPS에서 킬/데스를 표시하는 것이 단지 킬/데스는 플레이어에게 성과와 목표를 표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 적을 죽일 생각이 없는 힐러와 같은 클래스에는 킬/데스는 아무 의미가 없는 수치이다. 이처럼 (팀포트리스2에서부터 그랬지만) 병과 클래스가 다양해지게되면 킬/데스와는 안드로메다 거리 만큼 떨어진 클래스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동일한 기준으로 줄을 세움으로 이들이 소외받게 만드는 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메탈레이지도 이런 관점에서 공헌도와 킬/데스를 함께 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기준에서 비전투 클래스들의 성과와 보상에 대해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첫번 째 잘못.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협소하거나 복잡한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포병 유닛을 보자면 - 공격이 곡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 지붕은 최소한 뚫린 곳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하나. 지붕이 뚫려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탄착점이 어딘지 포병 유닛 자체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둘인데, 이 경우 같은 병과가 있는 플래닛사이드에서는 '관측수'라는 개념이 있어 해결하고 있지만 메탈레이지는 없다는 것. 심지어 이 역할을 해주면 딱 적당한 정찰 유닛은 목표와 보상이 애매하게 설정되어 있어 플레이어들이 정찰 유닛이나 곡사 무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특수 병과들은 플레이 공간(맵)이 넓을수록 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있지만 메탈레이지는 그렇지가 않다. 예의 포병이 활약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경량 고속 기체가 중량 기체를 (정면 전투를 회피하며) 빙빙 돌면서 후면만 노리는 컨트롤도 불가능하고 - 둘의 속도 차이가 그렇게 심하게 나지 않는다 - 주요 거점의 전투는 마치 밀리터리 FPS처럼 긴 복도에서 엄폐물을 이용해 '게다리'를 하며 싸우는 것도 그렇다. 메탈레이지는 기존 밀리터리 FPS의 개념에 메카닉 스킨을 덧씌웠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유닛 커스터마이즈
유닛들의 밸런스는 그렇다고 쳐도, 이들의 커스터마이즈는 더욱 이해하기가 힘든 방향으로 되어 있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듯 정통 메카닉 게임들이 지나친 리얼리티 지향으로 무게, 적재 공간 등 디테일한 묘사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고 십분 이해하더라도, 각 병과마다 다르게 되어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메탈레이지 최악의 선택으로 꼽을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상점에서 '이 무기가 어느 병과에 쓰이는지'를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병과 유닛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이 부품이 어느 다른 기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지도 알기 힘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RPG에서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 '전사 사용 가능'이라고 써져 있는 것만 생각해도 간단한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병과 고유의 부품은 이후 각 클래스의 밸런스에서도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특정 클래스에 특정 무기가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 된다면 '그 무기만 너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해당 클래스 자체의 너프가 되어버리는 건 뻔한 결과.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는 (자신이 선택한) 4개의 클래스를 커스터마이즈 하기 위해서 각 3개의 슬롯, 총 12개의 슬롯에 필요한 무기를 구입해야 하며 이 각각의 클래스 유닛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이라고 하더라도 공유하거나 동시에 장착할 수도 없다. 아니 그런데 총 8개의 클래스 중에서 플레이어가 게임 중에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를 4개로 한정한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도 납득할 수가 없다. 여덟 개 클래스를 커스터마이즈 하느니 반 뚝 잘라서 네 개만 커스터마이즈 하도록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였던 걸까? 설마 그건 아니었기를 바란다.
언리얼 2.5 엔진은 어디로?
메탈레이지에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건 이 게임이 언리얼 2.5를 사용했다는 거다. 최고 옵션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아바'에 비교해서 현격하게 수준 낮은 그래픽일 뿐 아니라 대충 메카닉 처럼 보이려고 입힌 텍스쳐들이나 밋밋한 건물들은 이게 정말 그 언리얼 엔진인지 의심이 간다. 옵션을 중간이나 낮음으로 놓는다면 메탈레이지의 그래픽 수준은 딱 서든어택 수준.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이후에 저사양 게임이 대중화의 가장 핵심이라는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같은 관점에서 AVA가 계속 저사양화 패치를 해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메탈레이지는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엔진의 특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면에서 공감할 수 없다. 마치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결론
전반적으로 메탈레이지가 지향한 처음의 컨셉, 저사양화와 메카닉 분위기를 살리는 면에서는 훌륭하다. 게다가 클래스를 나눠 플레이어들의 협동을 강조하는 구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부속 요소들이 부족하다. 죽은 클래스들은 그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할이 불명확하기 때문이고, 그 클래스들을 죽이는 요소들 중에는 레벨 디자인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그렇다. 오히려 AVA에서 만든 분대장 시스템을 정찰 병과에서 가지는 건 어떨까 싶을 정도.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메카닉스러운 UI도 없고 메카닉스러운 게임 설계도 없다. 서든어택에 메카닉 스킨을 씌웠다고 평가하는 것이 불만족스럽겠지만 지금 상황은 딱 그렇게 느껴진다.
- 그런데 도대체 '메탈레이지'라는 이 오묘한 제목은 누구 센스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