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게시판이나 블로그를 다니다 보면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국 게임이 그렇지 뭐'라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다. 특히나 표절에 대해서 이런 느낌이 심한데, ' 또 표절이야?'라는 반응들이 나오면서 예의 '한국 게임이 그렇지 뭐'로 연결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표절에 대해서 관대하다.
게임은 [타인의 시행착오로 성장하는 업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들이 만든 것들을 보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분류해서 좋은 것들을 취하고 나쁜 것들을 개선하는 게 좋은 게임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이야 '보고 베끼는 거야 누구는 못하겠냐'지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거기에서 같은 종류의 게임들을 주욱 놓고 이들을 분류해서 가장 좋은 방법과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이게 쉬운 일이라면 세상엔 명작 게임들만 있어야겠다. 게다가 저것들이 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저게 개발 능력과 연결되는 건 또 아니다.)

그래서 흔히 구설수에 오르는 마리오카트와 카트라이더의 비교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 거고 특히 카트라이더는 물리엔진을 이용한 드리프트와 충돌의 느낌이 발군이라는 걸 발견하고 나면, 카트라이더가 마리오카트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마리오카트의 카피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는 걸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무수한 카피 게임들 속에서도 살아남는 게임은 무언가 원작(카피의 대상)보다 나은 것이 있다는 거다. 리니지와 R2를 비교할 때도, R2는 리니지2가 리니지에서 계승하지 못했던 잃어버린 리니지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고 R2가 카피 게임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근거는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 쏟아져나온 2008년의 MMORPG들 중에서 살아남은 게임은 단 하나라고 꼽을 수 있다. 아이온. 나머지 게임들은 MMORPG가 가지는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WOW와 리니지의 사이에서 적당한 자리를 못잡은 것일수도 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살리지 못했던 것일 수 있다. 어쨌든 카피 게임도 살아남은 카피 게임은 뭔가 있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거다.

혹자가 말하길 그 많은 좋은 게임들을 놓고 베끼는 것도 못하냐지만, 쉽게 말하자면 그 무수한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원제품(카피의 대상)에 못미치는 이유와 같다. 제작비가 부족했을지도 모르고 개발 인원이나 기간이 부족했을지도 모르지만, 결정적으로는 뭐가 핵심인지를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싸게 대충 만들어 팔고 돈만 챙기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카피 게임을 뭐라고 말하는 건 시간 낭비이며 쓸데 없는 일이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망하게 된다. 어차피 온라인 게임이 99%인 한국 시장에서 그 카피 게임들을 돈 내고 하고 있는 건 아니잖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