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과 패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던 게임들이 PC나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플랫폼간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몬헌온)이 있다. 모든 인터페이스 관련된 불만에 '패드로 플레이하면 할만해요'라는 대답으로 일관되었던 몬헌 온라인은 결국 플레이어들에게 난해한 인터페이스와 몬헌 특유의 고유의 진입 장벽의 이중고로 고생을 하게 됐다.

반대로 북미에서 만들어진 콘솔과 PC 멀티플랫폼 게임들은 이렇게 UI의 문제를 겪는 일이 적은 편이다. 바이오웨어의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단(Knights of The Old Republic, KOTAR) 시리즈나 광역효과(Mass Effect), 최근 등장한 죽은 우주(Dead Space)도 대표적이고, 콘솔과 PC 양쪽에서 호평받는 FPS 징집영장(Call of Duty) 시리즈도 그렇다.

이런 두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결과는 뚜렷하다. 전자는 플레이어들은 PC용 패드를 구입해야 하거나 게임을 관두는 것이고, 후자는 패드가 없이도 PC에서 무난하게 (혹은 훌륭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전자의 게임들은 게임 스타일 자체의 진입장벽과 패드 구입비용, 게다가 온라인이라면 온라인 RPG 자체의 거부감과 진입장벽의 과제들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진삼국무쌍 온라인(진삼온)은 전자의 게임쪽이긴 하다.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데 썩 불편함은 없었고, 다만 일부 키보드(일각에서는 USB 키보드라고도 한다)와 충돌이 있어 공격 버튼 연타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다. 그러나 패드가 있는 쪽이 월등히 좋을 뿐 아니라 결코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이 편하지도 적합하지도 않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진삼국무쌍 온라인을 시도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예기한 바와 같이 '패드를 사느냐 접느냐'의 기로에서 접느냐를 택일할 수 밖에 없다.

MMORPG가 아니다
게다가 진삼온에 대한 시각과 접근은 애초부터 잘못되어 있다. 일반적인 MMORPG가 캐릭터의 성장과 플레이어의 성장 양쪽에 6:4 혹은 7:3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다면, 진삼온은 3:7 가량의 비중으로 게임을 구성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런 게임 방식 - 캐릭터의 성장보다 플레이어의 실력이 중요한 게임 방식 - 은 FPS 게임과 유사한 형태인 것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고 오장 > 십장 > 백장 > 위사로 계급을 높여가는 것은 마치 온라인 FPS에서 계급을 올리는 올리는 것과 같다. 게다가 오장, 십장, 백장만 진입 가능한 초보 채널과 위사 이상의 계급이 아귀다투하는 무쌍으로 분리된 것도 일반적인 FPS의 구조와 비슷하다.

사실 진삼온 자체는 게임 방식도 FPS 쪽에 가깝다. 게임에 접속해서 적당한 방을 찾아 들어가서 상대 진영과 정해진 시간 안에 해당 게임의 목표(상대 무장을 격파하거나 거점을 공략하는 등)를 먼저 달성하는 방식은 FPS의 섬멸전이나 폭파 미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두 게임 방식에 결정적인 차이라면, 진삼온은 항구성(persistence)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무기나 갑옷을 획득할 수 있고 이를 중매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 진행의 결과에 따라 각 진영의 영토가 변화할 수도 있다.

오히려 더 불편하다
이 항구성은 오히려 플레이어들의 빠른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진삼국무쌍 특유의 '세계관'을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고 세계관 속에 플레이어들의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한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이 항구성을 놓고 있는 것이라면, 플레이어들은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로 플레이어간 인터랙션(interaction)을 통해 승리, 성취감으로 유도하는 쪽이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거처에서 시장으로 퀘스트를 받기 위해 술집이나 군주로 뛰어다니는 시간으로 실제 게임 플레이 시간이 대폭 감소하게 되고, 멀티플레이의 장점인 '플레이어끼리 치고 받기'를 느끼기 보다는 몰려오는 인형 더미를 쓰러뜨려 넘기는 콘솔식 싱글플레이로 시간을 써야 한다.

플레이어는 결국 주 요리를 먹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배가 잔뜩 불러 본 게임의 재미를 맛보기도 전에 질리게 되는 문제를 만든다.

게임 자체는 훌륭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삼온의 게임 진행 자체는 굉장히 매끄럽다. 플레이어는 전장에 들어가서 4:4로 전투를 시작한다고 해도 곧바로 적을 만나 싸움질을 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병졸들을 썰면서 착실하게 무기를 강화해야 한다. 이 강화를 적당히 한 뒤에야 상대 장수와 붙어볼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화가 다 끝나고 적을 찾으러 가는 것이 너무 늦는다면 동료 장수들이 이미 다 썰려 죽어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디까지 강화를 하고 언제 적장을 잡으러 뛰어들 것인가 적절한 판단도 필요하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무기의 기능이 항상 발휘되는 것이 아닌, 전장에서 적 병졸들을 쓰러뜨려 호리병을 얻어야 하고, 이 호리병을 모아서 무기 강화를 해줘야만 무기의 본 능력이 발휘된다. 강력한 무기일수록 공격력(데미지)의 강화는 힘들게 되어 있고 이런 강화의 밸런스는 무기들 사이에 그런대로 밸런스도 꽤 잘 잡혀있다.

물론 이런 무기 밸런스 속에서도 쌍극과 같은 지나치게 강한(over balanced) 무기이 있지만 플레이어들은 게임 방식을 '사망시 무기 강화 소실'로 조정함으로써 이런 무기들에 어느 정도 패널티를 줄 수도 있다. 게다가 쌍극은 PVP에 강하지만 거점을 공략하기에 불리한 무기라 승리 조건을 적 무장 격파가 아닌 병졸 격파나 거점 공략으로 하면 이런 '썰리는' 스트레스는 덜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전장에서 무작정 치고 박고 싸우더라도, 적 병졸들이 몰려 있는 곳과 아군 병졸들이 몰려 있는 곳에 따라 전투가 유리할수도 불리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무기를 휘둘러 상대 장수들을 두들겨 패는 손맛도 좋다. 사실 이거야 진삼국무쌍의 본편이 추구해서 완성한 가장 장점 중의 하나였고, 이마저 계승되지 않았다면 진삼온이 살아남아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조차 사라지는 것이라고 봐야겠지만.

하지만 결정적으로, 멀티플레이라는 단어는 굉장이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직 일본의 개발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몬헌온 뿐만 아니라 이 진삼온, 그리고 그 이전의 일본에서 만든 MMO 게임들을 보면, 플레이어들이 가상 공간 안에서 왜 몰려다니고 왜 싸움질을 하며 어떻게 이들을 몰려다니고 싸움질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진삼온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에 플레이어들을 붙잡아 두기에는 컨텐츠가 너무 부족하고, 전장으로 유도하기에는 세계가 발목을 잡는다. 이 둘의 묘한 밸런스에 코에이는 아직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에 가장 관심이 많은 회사 중의 하나인 코에이가 이 수준이라면 다른 회사들은 알만 하다.

그래서 진삼온에 대한 결론은 명백 간단하다. 플레이어들이 불편한 키보드+마우스 인터페이스와 쓸데없는 마을에서의 방황을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느냐가 이 게임의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50, 100, 200, 500, 1000 으로 증가하는 경험치 요구량에 비해 1~8점씩 주는 경험치도 일반적인 MMORPG에 비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며, 플레이어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의관이 그렇게 다양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게임의 수명에 위협적인 건 아니다.

누군가가 '이 게임 할만합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이런 걸 참을 수 있냐'며 몇 가지 단점이 없는 게임이 있겠나. 다만 난 워낙 인내심이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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