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에서 좀비 MOD가 유행한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4지에 버려진'은 그 좀비 게임들을 본가에서 집대성해 만든 게임이다. 단지 몰려오는 맷집 좋은 좀비들에게 살아남는다는 내용으로 각종 MOD들이 만들어졌던 것에 비해, 네 명의 팀웍을 극단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좀비1, 좀비2로 플레이했던 이전 좀비 MOD에 엘리트 좀비들이 등장해 게임의 재미를 좀 더 북돋는다.

강제적인 협동
사실 팀웍(팀플레이)를 강제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기존에 클래스 구분을 통한 역할 분담으로 주로 이루어졌던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처럼 모두가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예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더랬다. 모두 같은 능력이 되면 플레이어의 개인적인 기술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거나 혹은 각자 알아서 살아나가는 방식이 되어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4지에 버려진'은 이를 '외부의 강력한 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몰려오는 좀비 떼에 쉽게 무력화되(incapacitated)고, 다른 플레이어가 일으켜 주지 않으면 사실상 죽은 것과 거의 같은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서로를 일으켜 줄 동료가 필요하게 된다. 게다가 일반 좀비와는 다른 특수 능력을 가진 강한 좀비들은 반드시 협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도록 만들어 두었다. '살려면 협동해라'고 말이다.

게다가 이런 강제 협동은 게임의 난이도를 높일수록 점점 더 필요해진다. 낮은 난이도에서라면 협동을 하거나 말거나 좀비가 때리거나 말거나 쏴 죽이는 맛을 느낄 수 있겠지만, 최고 난이도인 '전문가(expert)'에서는 쏴 죽이는 것이 쾌감을 주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기 보다는 살기위해 이 곳을 돌파해야 한다는 느낌을 살리는 것이다.

살기 위해 뚫다

재미있게도, 이런 '살기위해 돌파한다'는 절박한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몰아가는 것은 사실 게임이 제공하고 있는 인트로나 게임의 시스템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좀비 영화들의 느낌이다. '28주 후(28 weeks later)'라거나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와 같은 좀비 영화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었고 감염되지 않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그 느낌이 게임을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테마는 이미 누구에게나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설명 필요 없음'은 인트로 무비에서도 특수 좀비들만을 설명하는 걸로 단순하게 대체된다. 플레이어 일행 네 명은 좀비 떼와 위협적인 특수 좀비들을 피해 어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고, "이제 단지 거리 하나를 지나왔을 뿐"인 거라, 지금부터 이 건물에서 자비(Mercy) 병원까지 어떻게 갈 것이냐라고 게임이 시작되는 부분으로 연결한다.

여기에 게임의 백미는 이 모든 내용이 '영화 촬영'이라는 데에 있다. 플레이어들은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이고 좀비의 등장과 사투, 탈출은 모두 각본에 쓰여있는 내용일 뿐이다. 아, 물론 플레이어들은 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각본의 상황을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출연자이고.

이건 4인 협동 플레이로 진행되는 기본 '협동(Co-op) 모드'외에 '감독(Director)'이라는 역할을 가진 플레이어가 배우와 좀비들의 4:4 대전모드에 들어있다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로딩 화면의 영화 포스터에서 루이스 역 아무개(Someone as Louis)라고 쓰여있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예상하건대, 이 게임의 엔딩씬은 감독과 스탭이 촬영장에서 '컷!'사인과 함께 촬영 끝을 기뻐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변화 무쌍한 게임 진행
기존의 좀비 게임들이 가진 평면적인 구조를 몇 가지 장치들을 이용해서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또 주목할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같은 맵 안에서 등장하는 적의 위치가 계속 변경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벽 뒤의 동료 플레이어들 상황을 명확하게 '살아있는 상태', '위험한 상태'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외곽선도 그렇고, 벽과 문짝 등 지형이 변화되는 모습들도 굉장히 자연스럽다. 수직과 수평을 넘나들며 플레이어가 도시를 누비고 있다는 느낌을 레벨 디자인도 굉장하다.

건물 꼭대기에서 혓바닥을 길게 내뱉어 플레이어를 끌고 가는 좀비나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며 플레이어를 덮치는가하면, 벽과 문짝, 기둥을 부수면서 뛰어와 달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은 플레이어의 몰입을 증가시켜 줄 뿐 아니라, 상황 상황 적절하게 바뀌는 배경 사운드에서도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마도 화염병을 던져 불 붙은 좀비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장면에서는 아마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크린샷을 찍어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약간 아쉬운 게임 외 장치들
거의 완벽한 게임성과 이를 도와주는 음성 채팅(VoIP), 게임 내 플레이어를 안내하고 계속 협동과 몰입감을 유지시키고 북돋는 여러 장치들을 통해서 '4지에 버려진'은 올해 최고의 게임에 다가서고 있다. 게다가 스팀에 등록된 친구들과 전보다 훨씬 편하게 팀을 맺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도 훌륭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솔을 염두에 두고 만든듯한 인터페이스인데, 만들어진 팀이 공개된 서버를 탐색해서 접속하는 과정에 지연속도(latency, ping)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한국인 네 명이 만든 방이 미국 서버로 연결되는 등의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거나 게임 내에서 죽은 플레이어가 되살아나는 위치가 명확하지 않는 등의 약간의 흠이 이 게임에 100점을 주기 꺼려지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작은 흠으로 인해, '4지에 버려진'은 아마 98점 쯤 되리라 본다.

하지만 사소한 흠집으로 인해 이 게임이 빛을 잃을 일은 없어 보인다. 데모 버전이 일반에 공개되는 12일 새벽이 되면 이 데모에 나오는 두 스테이지를 플레이해보고 구매 버튼을 누를 플레이어들이 수백만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밸브는 천만 달러를 마케팅에 쏟아 붓고 있는게 전혀 헛 돈 쓰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말의 각종 게임상들은 거리낌 없이 '4지에 버려진'에 몰표를 던질게 분명하다.

  • 현재 데모는 예약 구매자들에게 우선 제공되었고,11일 자정(한국시간)에 일반에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