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US Customer Support

일반 2008/11/03 21:27

며칠 전,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 WAR) 계정 연장을 하다가 계정 관리 페이지에서 실수를 해서 2001년에 플레이하던 DAOC 계정을 연장해버렸다. 한 계정에 두 개의 게임이 물려 있어서 (이 덕분에 WAR에 보너스 아이템을 하나 주기도 하지만) 위 아래 위치를 혼동해서 잘못 클릭을 했던 거다. 그래서 "내가 계정을 실수로 DAOC를 살려버렸는데 취소 해주라"고 이메일을 보냈더랬다.

이메일을 보내고 3시간 뒤, 답장이 왔다. "계정 아이디와 결제한 신용카드 마지막 4자리, 그리고 '비밀 단어(secret word)'를 보내주면 처리해주겠다"고. 신기한건 이 '비밀 단어'라는 것이 뭔지를 모르겠다는 거였다. 암호를 말하는 건가? 그래서 답장을 썼다. "계정 아이디는 이거고, 신용카드는 이건데, 내가 암호도 알려줘야 하는 거냐? 비밀 단어가 뭐냐?"고.

답장을 보낸 뒤, 다시 3시간. "계정 주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비밀 단어를 알려줘야 한다... 어쩌구", "아니 그러니까 내가 저 비밀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다니까..."라고 다시 답장을 보내자 그제서야,

(주말이 지나서) "아 계속 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비밀 단어는 니가 5자리 글자로 만든 거고 m으로 시작하는 거더라."라고 답변이 왔다. 결국 이게 무슨 단어인지가 기억났고, 이 단어를 적어서 보냈더니 "5 업무일 정도면 처리가 되겠다"고 결론이 났다.

사실 이 고객지원의 내용은 별거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내가 '사람'하고 이야기를 했다는 거다. 대체로 미국의 게임 회사들과 계정 문제나 등등으로 전화, 이메일을 하다 보면,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대화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하면, 얼마 전 던전앤파이터(던파)를 동생들과 파티맺고 놀던 중에 접속이 끊기며 계정 해킹을 당했는데,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 한 달이 넘게 아무 소식도 없이 '이런 이런 내용을 적어달라'는 (소위 말하는) 매크로 답변 한 통으로 버텼던 것과 엄청난 차이를 느낀다는 거다.

EA의 경우는 이를 위해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내가 보낸 메일들이 기록되고, 내가 받은 메일들이 기록되는 하나의 웹 페이지가 있는 거다. 나나 EA의 담당자나 이 페이지만 보면 지난 대화를 확인할 수 있고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처리할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 여러 담당자가 돌아가며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계승이 쉽게 이어지는 거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외국(이래봐야 미국 회사들이지만) 회사들의 CS에 전화를 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전화를 받는 경우도 꽤 있다는 사실이다. 예쁜 목소리의 젊은 처자라면 듣기에는 기분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 솔직히 계속 들으면 역겹기도 하고 그 기계 같은 목소리와 반응에 짜증이 오히려 나기도 한다 -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기분이 좋기 위함이 아니라 불만을 처리하기 위함'이라는 걸 생각하면 젊거나 늙거나 관심이 없다.

외부의 인력 회사에서 아웃소싱으로 아가씨들을 데려다가 매뉴얼 스크립트 한 권 주고, 교육도 제대로 안됐고 승계도 제대로 안되는 방식으로 CS를 운영하는 국내 방식이 뭔가 잘못돼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CS는 정직원을 써야 한다. 시스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그 직원 스스로 직업에 만족도가 높아야만 할 수 있는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충실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CS를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넥슨도 (전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일부 직원은 정직원이었던 걸로 알고 있고. 그런데 왜 CS의 만족도는 그렇지 못한 걸까. 난 단지 EA CS와 메일만 주고 받았음에도 '사람'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왜 한국의 게임 회사들에게는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는 걸까. 왜 그 예쁜 상냥한 목소리를 듣고도 짜증과 분통만 쌓이는 걸까.

업무 처리량의 폭주 때문일까? 글쎄. 전세계 EA 고객을 상대하는 저쪽이 한국의 퍼블리셔들보다 고객 문의량이 훨씬 적어서 저런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아마도, "결제 잘못 했는데 환불 해달라"는 같은 이야기를 국내 회사에서 했다면 아마 일정 수수료를 떼거나 환불 불가라는 답변만 돌아왔을텐데, 이것도 참 다름을 느꼈다.

  • 흠, 그러고보니, EA CS가 정직원을 쓰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