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진출하는 MMORPG들
일반 2008/10/11 11:43사우스파크라는 유명한 TV 애니메이션에서 WOW를 가지고 에피소드를 만든 적이 있다. WOW를 하는 사람인지 하지 않는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면들을 넣어 놓아 '와우저를 위한 에피소드'였다.
이렇게 블리자드가 와우를 가지고 재미를 본 후에, 코난의 시대(Age of Conan)도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라는 드라마에 한 에피소드 통째로 들어갔다. 주인공 쉘던에게 낚여서 코난을 시작한 앞집 아가씨 페니는 '삶이 없는 자'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는 왈로위츠와 온라인에서 엮이고서야 제정신을 차린다는 이야기.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1일에 시작된 블리즈컨(Blizzcon)에서 블리자드는 무려 오리지날 시트콤을 공개했고 이 에피소드들을 묶어 DVD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시트콤이 팬들이 만든 것을 블리자드에서 공식 인정하고 판매하는 것인지, 블리자드에서 만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블리자드의 시트콤 길드(The Guild)는 동네 사람들이 만든 길드의 길드원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코덱스라는 여자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엮어 나간다. WOW에 중독된 삶에 대한 고민?이라던가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이야기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주제가 와우저들의 이야기라는 게 특이할 뿐... 재미는 별로 없다.
온라인 게임을 공중파 드라마의 소재로 삼는다거나 이런 시트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나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온라인 게임이 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긍정적인 면을 볼 수도 있다. 게임이 요즘 사람들의 삶이나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게이머의 입장에서 "우리도 이제 음지?의 게이머가 아니라 양지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들이 모두 폐인화된 MMORPG 플레이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우스파크의 경우 '삶이 없는 자'를 물리치기 위해서 현실의 삶을 포기하는 주인공 일당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빅뱅이론에서는 코난을 시작하고 '삶이 없는 자'가 되어버렸다가 "오 이런, 난 도움이 필요해!(Oh my god, I need help!)"라며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빠져나오는 걸로 에피소드가 끝난다. 길드에서는 시작부터 코덱스의 모니터 주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하루에 1, 2, 3, 4, 5시간만 접속하기','나 자신을 믿자')로 피폐화된 삶을 묘사하고 있고.
이런 묘사들이 과연 게임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 게이머들끼리 서로 '우린 삶이 없어'라거나 '넌 중독이야'라고 자조하는 느낌으로 농담을 던지는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이렇게 미디어로 대표되는, 사회 전체에서 'MMORPG는 삶을 없애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것이 이미 삶이 없는 MMORPG 플레이어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나? 하는 면들을 보면, 글쎄... 그렇게 즐거워할 일만도 아니다.
솔직히, 이것들을 보면서 웃고 즐기기에는 재밌지만 웃고 난 후 "웃을 일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말하자면 이런 폐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폐인들이 여전히 사회의 웃음꺼리일 뿐이라는 것이고, 오히려 전보다 더 공개적인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