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하사품: 전설(King's Bounty: The Legend)
리뷰 2008/09/23 08:301990년, 왕의 하사품(King's Bounty)이라는 게임이 있었고, 엄청난 중독성으로 수 많은 폐인들을 만들었더랬다. 그리고 1995년에 왕의 하사품에서 만든 룰을 그대로 사용해서 힘과 마법의 영웅들(Heroes of Might and Magic)이라는 게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그 중독성을 익히 알고 있기도 했지만, 순진한 마음에 "완전히 같은 룰이잖아!"라면서 분기탱천하여 씩씩거리던 기억이 있다. 요즘 분위기에서라면 표절로 꽤 두들겨 맞을 법도 한데.
힘과 마법의 영웅들이 시리즈 5편 내내 장수를 하는 것이 내심 배가 아팠는지 이번에 왕의 하사품: 전설(King's Bounty: The Legend)라는 이름으로 원작을 이어간다는 뉘앙스를 살리면서 만들었나보다.
문제는 기본 룰은 바뀐 것이 없는데 맵이 너무 난잡하고 플레이어가 뭘 줏어 먹어야 되는지, 줏어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유닛들의 능력은 어떤지 당최 전반적인 인터페이스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없다. 뭐랄까, 3D 기술력은 상당히 좋은데 게임을 깔끔하게 다듬지 못하는 맛이 아무래도 국산 게임에 비견된다고 해야하려나.
애초에 왕의 하사품이 나왔던 1990년에야 밸런싱이고 뭐고 별로 개념이 없던 시절이니까 시작부터 몰매 맞고 죽는 걸 그런가보다 했더랬지만, 20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밸런싱은 90년대 수준이고, 게임에 중독성을 느끼기 전에 재미 없어 때려 치울 판이니 이걸 어쩐다.
게임은 그렇다 치고
작년엔가 피터 몰리뉴가 맞나? 동구권 개발사들이 개발 기술에서 뒤쳐지지 않는데다가 인건비가 싸서 외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개발비가 갈수록 비싸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원가 절감을 해서 개발을 해야된다는 소리를 하길래, 아 이제 뭐 게임 업계도 동남아에 지사 세우고 인건비로 착취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건가하면서 또 분기탱천 했더랬다.
이번 왕의 하사품은 딱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러시아의 카타우리(Katauri)라는 회사에서 개발했는데, 이 회사가 원해서 만든 건지 외주 하청을 받은 건지는 찾아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게임 중에 또 기대하고 싶지만 하면 안될 게임이 거북한 동맹3(Jagged Alliance 3, JA3)가 있다. 본 개발사 서텍(Sirtech)이 망해버린 이후로 라이센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러시아 개발사로 넘어갔다는 것 같더니, 개발중인 스크린샷을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JA3가 이런 모습으로 나온다니 안돼!'하면서 '내 추억을 돌리도!'라고 외치고 싶더라.
하긴, 뭐 국적보다는 만드는 놈들 수준 편차가 다른 거겠지.
세 줄 요약
느리다.
불편하다.
지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