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오브듀티4

리뷰 2007/11/21 05:27

콜오브듀티4(이하 COD4)에서 읽을 수 있는 FPS의 트렌드 중 하나는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COD 시리즈가 현장감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로 FPS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이번 COD4에서는 현대전의 리얼리티와 게임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하는데 성공했다고 할까. 몇가지 특징적인 요소를 추려보자면,

  1. 플레이어는 매우 쉽게 죽는다. HP 게이지라는 것을 없애버린 대신에 구석에 숨어서 잠시 시간을 보내면 건강한 상태로 다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3에서 연결되는 엄폐의 중요성과도 연관된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다른 게임들처럼 플레이어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슬금슬금 몸사리면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다.
  2. 그래서 인터페이스도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부합해서, 탄창의 남은 탄 수를 확인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적당히 쏘다가 탄창을 교체하지 않으면 정말 급한 상황에서 탄이 떨어지는 낭패감을 쉽게 받게 된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 인터페이스는 멀티플레이의 하드코어 모드(대부분 하드코어 모드로 셋팅되어 있음)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남은 탄 수를 확인하는 것이나 전장의 상황 등을 인터페이스에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 요소를 버리지 않은 것이라면, 탄창 수를 체크하는 게 아니라 남은 전체 탄 수를 체크한다는 것일까.
  3. 플레이어의 목숨이 워낙 파리 목숨이다 보니, 게임은 곳곳에 숨고 피할 곳을 찾아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군대를 다녀온 플레이어들이라면 은폐, 엄폐, 포복, 약진의 교육을 COD4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적당한 곳에 숨어서 빼꼼샷(허리를 옆으로 굽혀 쏘기, leaning)을 하다가 적당히 전진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하는 식의 플레이가 필요하다. 특히나 멀티플레이에서 플레이어들은 적당히 노출되면 자리를 옮기는 FM에 따른 플레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때때로는 탄막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벽 뚫고 쏟아지는 총알에 든든한 엄폐물을 찾는 것도 좀 걱정될 때가 있다.)
  4. 이런 환경에 제일 중요한 건 실제 건물과 같은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이다. 사실 실제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 건 게임 개발에서 꽤 지양되어온 부분이기도 한데, 플레이어를 현혹하는 잡다한 오브젝트와 복잡한 맵 구조는 본격적인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리얼해질수록 환경도 리얼해져야 하고, 이건 앞의 이야기 처럼 플레이어들을 현실적으로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준다. 건물 안에서는 꼼꼼히 구석을 체크해야 하고 건물 밖에서도 풀숲이나 건물 옥상 등을 세밀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에 정신없이 뛰다가, 혹은 순식간에 쓰러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보름여 동안, COD4가 상점에 풀리고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그 원인에 COD의 이런 전체적으로 잘 조화된 게임플레이가 있었다. 명불허전 COD 시리즈가 보여준 싱글플레이의 충실도는 (대략 10시간 남짓하는 다소 짧긴 하지만) 환상적인 드라마와 영화적인 연출이 배가되어 있고, 리얼한 현장감에 디테일한 현대전의 여러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AC-130 건쉽의 사수가 되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레이에서는 전 COD 시리즈들에서 별다른 개선점이 없다. 팀데스(Team Deathmatch), 폭탄 배달(Sabotage), 카스식 라운드 플레이(Search & Destroy), 서바이벌(Free-For-All), 점령전(Domination)의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D를 뺀 나머지 게임 방식이 모두 팀데스를 기반으로 한 형태이기 때문에 큰 차이점을 느끼기가 어렵다. 게다가 부활 위치가 '다른 플레이어가 살아 있는 곳 근처'로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되다 보면 전선이 형성되기 보다는 꼬리물기식으로 되는 것도 한 단점이다.

물론 인피니티워드에서도 나름의 고민이 있어서, 3연킬을 하면 무인 정찰기 레이다(UAV radar)로 적의 위치를 레이다에 표시해주고, 5연킬을 하면 공습 요청(Call in Airstrike)을 할 수 있으며, 7연킬에서는 헬리콥터를 소환할 수 있는 등의 연킬 시스템이나 플레이어의 멀티플레이 경험을 경험치, 레벨화 해서 새로운 무기를 언락(unlock)하는 시스템 등에서는 확실히 매력적인 맛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국산 온라인 게임들이 많이 활용하는 미션(특정 무기로 X킬 하기 같은)들을 보자면 연구 좀 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이 요소들이 결국 배틀필드2에서 있는 그대로네?라는 것에 미치면 뭐 대단한 변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일단 이런 요소들이 패키지 게임의 수명을 엄청나게 길게 만들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고, 이것이 패키지 게임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한 비전 제시라는 면에서 충분히 감동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멀티플레이의 빠른 진행, 나를 죽인 플레이어 시점에서 볼 수 있는 KILLCAM 같은 요소들은 이 별 것 없는 COD4의 멀티플레이를 마약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는 걸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레벨 올리는 맛에, 레벨이 되면 새로운 무기가 열리는 맛에, 짬짬이 빠른 진행으로 집중, 몰입해서 한 두 게임 하고 홀가분하게 끌 수 있는 맛에 COD4의 멀티플레이는 확실히 마약적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핑(ping)에 따른 게임 플레이의 여러 변화와 플레이어 스트레스(쐈는데 씹히기, 안맞기)를 고려하자면 150ms 이하의 서버를 권장하고, 가능하면 100ms 이하의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권장한다. 최근 TBH나 공식 서버들이 열였고 50ms 이하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국내 서버를 한다면 적어도 '쐈는데 씹히는'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안받겠지만, 플레이어들이 워낙 괴물들이라 먼저 보고도 맞아 죽는 일을 당하는 건 책임질 수 없다. 이놈의 괴물들은 어느 게임에나 있으니까 적당히 감수하면서 사는게 신상에 좋기도 하겠고.

몇가지 개인적으로 취향에 안맞는 부분이라면 전체적인 총 소리가 이상하게 작다는 것이 있다. 내가 쏜 총 소리도 작은데 적당히 거리가 떨어지면 거의 산너머에서 쏘는 총 소리처럼 작아진다는게 불만이지만, COD4의 멀티플레이 맵이 매우 좁고 (물론 싱글플레이 맵도 꽤 좁다) 인간들이 바글바글하니 총소리가 컸더라면 귀가 맛 가겠다 싶기도 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특이하게도 내가 쏜 총에 상대가 맞았을 때 고유의 사운드가 있어 묘한 타격감?을 느낀다는 거다. 일반적인 반동 표현(애니메이션)과 사운드의 조합으로 나오는 타격감과는 다르게 또 다른 묘한 맛이 있어 꽤 매력적이라고 해야겠다.

COD4의 리뷰에서 이런 저런 요소요소 설명은 사실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닥치고 사서 하면 '후회 안한다' 수준이 아니라 정말 행복한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보증한다. 아 물론 FPS를 완전 처음 경험하는 플레이어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 콜오브듀티4 - 2007년 11월 7일 출시, 플레이아시아 직수입 (US$34.90), 국내 정발 46,000원 선 (12월중 한글판으로 교체 가능)
  • 한가지 팁이라면, 한글판에 대한 기대는 가급적 갖지 않기를 바란다. 그 유명한 '구멍에 쏴(fire in the hole)'과 비슷한 사례로 '탱고 격추(Tango down)' 및 각종 엄한 번역이 난무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XB360 플레이어와 PC 플레이어가 함께 플레이할 수는 없으니, 안심해도 괜찮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