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thos

리뷰 2008/01/16 15:38

한빛소프트는 2004~5년 IMC Games와 플래그쉽스튜디오(Flagship Studio)에 투자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수익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더랬다. 뿐만 아니라 호주의 오란게임즈(Auran Games)와도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점차 단물이 빠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의 국내 유통을 점진적으로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에 걸맞는 모양새로 바꾸려고 했던 의도였다. 그리고 한빛소프트에 관련된 한 증권회사의 2006년 5월 리포트를 보면 2005년 팡야, 2006년 그라나도 에스파다, 2007년 헬게이트:런던으로 장기적인 게임 시장에서의 매출로 유지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대망의 2006년이 되었고, 한빛소프트에서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등장했지만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았음에도 사실상 한빛소프트가 원했던 '대박'은 만들지 못해 그 꿈을 헬게이트에 떠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호주의 오란에 악재까지 발생했다.)

이런 배경에서 헬게이트가 지난 15일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북미에서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몇 번의 클로즈베타에서 '재밌다!'고 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 국내 시장 반응이 어찌 될런지... 성공을 예상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게다가 헬게이트는 북미 판매 차트에서 발매 첫 주 1위를 했다가 바로 다음 주부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혹독한 수업료를 치른 바 있다.

그리고 플래그쉽에서 개발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 미소스(Mythos)가 지난 10일(한국 시간) 베타를 시작했고 전체적인 게임의 모양새가 드러났다.

미소스는 (헬게이트와 마찬가지로) 3D 디아블로다. 헬게이트가 어줍잖게 1인칭으로 FPS 흉내를 내는 데이어스엑스(Deus Ex) 삘의 디아블로였고, 사실상 타격감이나 게임 내용에서 별로 디아블로에 비견하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게임으로 완성되었다는데 비해, 미소스는 3D로 재현한 디아블로라고 할 만큼 같은 뷰와 같은 방식의 진행을 가진 게임으로 만들었다.

아이템의 등급이나 몬스터 컨셉, 인공지능까지 (디아블로에서 우리를 괴롭히며 툭 치고 달아나던 겁쟁이 임프들이 여기에도 있다) 거의 완벽하게 디아블로를 모사하고 있고, 마을에서 아이템 뽑기를 하거나 심지어는 상자 하나 덜렁 있는 창고까지 완벽하게 재현된다. '디아블로와 다른 것은?'이라고 눈을 씻고 찾아보면 캐릭터의 생김새(인간, 사티르, 그렘린)와 맵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디아블로의 경우에도 그랬고, 헬게이트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이런 게임 형태는 MMORPG라고 부르기 힘들다. 로비(마을)에서 바글바글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지만 포탈을 타고 자기 퀘스트로 들어가면 더 이상 다른 플레이어를 구경하기란 불가능하다. 함께 플레이할 파티라도 있다면 (디아블로와 같이) 몰려다닐 수 있겠지만, 디아블로의 경험상 모르는 사람과 파티를 하는 경우는 보스를 잡을 때 버겁거나 카우방을 돌기 위해서 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건 '함께 하는 게임'이라고 보기에도 좀 힘들지 모른다.

작년 이맘때 타이탄 퀘스트(Titan Quest)라는 게임이 나왔고, 사실상 미소스와 완전히 같은 컨셉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소스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거고 타이탄 퀘스트는 싱글 패키지 게임이었다는 차이 정도가 있겠다. 문제는 미소스가 타이탄 퀘스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임이라는 거다. 퀘스트를 받고 포탈을 타고 이동해서 몬스터를 만나서 수백 마리를 학살하고 아이템을 덤으로 얻어서 마을로 돌아오는 기본 구조에 둘 모두 적절하게 양념을 치고 맛을 냈지만, 솔직히 타이탄 퀘스트 쪽이 좀 더 훌륭했다.

그런데 사실, 미소스의 경쟁작은 타이탄 퀘스트 같은 싱글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PlayNC의 던전러너(Dungeon Runners)일지 모른다. 100% 같은 컨셉과 같은 게임 방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실질적으로 '온라인 적응성'을 보자면 던전러너쪽이 낫다. 적어도 던전러너는 플레이어들에게 '유료 사용자만 쓸 수 있는 아이템'과 '공짜 아이템'을 구분하게 해 두었고 아이템을 쓰고 싶으면 질러야 한다는 명확한 유료 모델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스는 아무래도 정액제 방식으로 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손맛이나 소위 말하는 재플레이성(replayability)은 던전러너쪽이 훌륭하다. (NC는 왜 이쪽에 힘을 싣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미소스의 다른 모든 단점을 제껴두고, 내가 가장 불편했던 건 쥐똥만한 HP, MP 표시와 그래픽 퍼포먼스였다. 두들겨 맞아도 내 HP가 하도 조그맣게 표시되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던전러너와 마찬가지로) 필드를 뛰어다녀야할 일이 꽤 있어서 나무와 풀이 잔뜩 등장하는 화면이 상당히 있는데 라데온 HD 3850이라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로 1280x1024 2xAA, 최상옵(high)에서 평균 40프레임, AA를 끄고 겨우 70 프레임을 뽑아내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지포스 6600급 그래픽 카드였다면 아마 하옵(low)에서 2~30 프레임을 만들어내기도 힘들어 보인다. 소위 말하는 발적화. 게임도 별로인데다가 버벅대기까지!

결론을 내리자면, 빌 로퍼는 디아블로 짝퉁 밖에 만들 줄 모른다는 거다. 좀 더 독하게 이야기를 해주자면, 그 나마도 제대로 만들지를 못한다. 그가 지난 시간 동안 블리자드에서 빛을 냈던 건 블리자드 직원이었기 때문이지, 빌 로퍼가 블리자드에 있었기 때문에 블리자드가 뜬 것이 아니라는 소리. 빌 로퍼를 신격화하는 일부의 게이머들은 그의 이력과 그가 실제로 프로젝트 안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를 꼼꼼히 다시 살펴야할 것이다. 그는 개발자도 아니었고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했던 마케터나 경영자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게임이 그렇게 훌륭하게 나올 거라고, 빌 로퍼가 훌륭한 개발자라고 기대하게 만든 제도권 언론들은 이제 반성을 좀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 미소스 공식 사이트, 현재 베타 테스트 중
  • 국내는 한빛소프트의 한빛온을 통해서 서비스될 예정인듯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