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의 한국 출시 전에, 블리자드가 와우를 한국내에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관심이 몰렸던 시절이 있다. 대략 2002년 쯤인가 2003년 인가부터 블리자드가 MMORPG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돌자 전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고, 국내에서도 10여 개 회사가 MMORPG 서비스 경험이 있던 없던 WOW 한국 퍼블리시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대충 내 기억으로 한빛소프트, 엔씨소프트, 손오공, 넥슨, 넷마블 등의 회사들이 그 중 대표적이었으며, 국내 유통을 이러이러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아주 친절하게 상세하게 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아 MMORPG 서비스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간접적인 학습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경쟁적인 입찰로 미니멈 개런티가 수백 억으로 치솟았으니 이 입찰 금액을 본 블리자드는 '정말 한국에서 이 정도를 벌 수 있나?'라는 생각도 했을 수도 있겠다.

결국 블리자드는 여러 회사들의 주장, 계획을 보면서 한국 출시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인지 계산기를 두드렸겠고, '이렇게 가능성이 크다면 퍼블리셔를 지정해서 이익을 나눠 먹느니 직접 하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여기엔 한국 지사 설립 및 유지가 장기적으로 블리자드 게임들의 한국 시장 공략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테고.

재밌는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하는 것처럼, 전설리그(League of Legends, LOL)의 국내 출시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일게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부분은, 두 회사 - 블리자드와 라이옷(Riot Games)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같은 결론으로 나타났다는 것이겠다. 블리자드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린 결과 한국 진출에 지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라이옷은 한국 회사들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사를 설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OL의 국내 판권을 놓고 달려든 회사들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WOW의 경우처럼 최소한 5개 이상의 회사로 알고 있고, 대표적으로 N모 회사'들'은 다 뛰어들었다고 보면 되는데, WOW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세한 사업 계획과 매우 높은 개런티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이옷은 한국 회사들이 희망하던 것처럼 아이템 부분유료라던가 하는 여러가지 매출을 뽑아내겠다는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미국 서버와 같은 유료화 방식을 고수했더랬다. 이 과정에서 한국 회사들은 '도대체 왜 그들이 유료화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뒷 이야기.

한국의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좁고 척박한 환경 - 한국의 게이머들은 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 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기 때문에, 적은 사용자를 확보하더라도 높은 매출을 뽑아내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전세계 대상 게임이라면야 천만 회원이 월 천 원씩 써주는 것으로도 배부르게 지낼 수 있지만, 십만도 힘든 환경에서 같은 매출을 내려면 한 고객에게 십만 원은 뽑아야 한다는 소리니까. 전문 용어로 이걸 ARPPU(Average Revenue Per Purchased User, 구매자 일인당 평균 이익)라고 하는데 일부 한국 게임들의 경우는 실제로 월 10만 원 가까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라이옷이 천만 유저를 대상으로 월 천 원씩만 써도 되는 게임을 만든 회사라는 것이고, '이 정도면 충분히 배부르다'로 만족하는 회사라는 것. 그래서 한국 회사들이 국내 유통을 하겠다면서 캐릭터 판매 금액을 올리자거나 기간제 사용 같은 것들을 제시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이게 '미국 회사는 대범하구나'까지는 아닌 것이, 미국에서도 한국 회사처럼 빨대 꼽고 뽑아먹는 방식을 취한 회사가 있으니 그게 징가(Zynga)라는 소셜 게임 회사다. 이건 나중에 소셜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어쨌든, WOW의 한국 유통 제안 과정을 근처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LOL의 한국 지사 설립 뒷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듣고 종합한 것이 너무 재미 있어서 이야기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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